냉전시대 각기 ‘사이트 Y’ ‘사이트 200’으로 불리며 원자폭탄, 수소폭탄 등을 개발해 소련과의 핵무기 경쟁을 주도해 온 미국의 라이벌 국립연구소다. 1942년 원자폭탄 개발(맨해튼 프로젝트)을 위해 로스앨러모스 연구소가 먼저 설립됐고 10년 뒤 수소폭탄 개발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로런스리버모어 연구소가 생겨났다.
냉전시기 내내 두 연구소는 소련을 ‘경쟁자’로, 상대 연구소를 ‘적’이라고 부르며 선두 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잇따른 핵무기 감축 협정으로 두 연구소의 역할은 핵무기 관리 방안 연구로 축소됐고 다른 분야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부심해 왔다.
그러던 두 연구소가 최근 원래 설립 목적인 새로운 핵무기 개발 계약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LA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두 연구소는 지금 이른바 ‘신뢰할 만한 대체 핵탄두(RRW·Reliable Replacement Warhead)’ 프로그램을 놓고 경쟁 중이다. 수십년 된 노후 핵탄두의 예기치 않은 폭발 사고를 막고 도난을 당하더라도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안전장치를 갖춘 탄두로 대체하는 프로그램이다.
두 연구소는 올해 3월 각각 1000쪽이 넘는 제안서를 제출하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계약 수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승자는 올해 안에 결정된다.
국방부를 대상으로 한 홍보전부터 치열하다. 로스앨러모스 연구소는 ‘가상현실 동굴’을 만들어 3차원 영상을 보여 주고 있고 이에 맞서 로런스리버모어 연구소는 핵탄두 모델을 만들어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쟁은 군축 및 핵 전문가들 사이에 적지 않은 비판을 낳고 있다.
RRW 프로그램은 미국과 러시아가 2002년 체결한 ‘모스크바조약’에 따라 2012년까지 현재 6000여 개에 달하는 핵탄두를 2000개 안팎으로 줄여야 하는 필요성에서 비롯됐다. 아울러 노후 핵탄두를 대체하지 않을 경우 핵 우위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한몫했다. 핵탄두를 줄이면서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RRW 프로그램이 새로운 핵 군비경쟁의 씨앗을 뿌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미 행정부는 “RRW 개발에 핵실험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핵실험도 없이 개발된 새로운 핵무기를 채택할 책임자가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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