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아프리카 7개국을 순방 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의 외교 행보를 바라보는 서방 국가의 시각이다.
최근 미국 프랑스 스페인 일본 등의 정부와 각종 연구소, 언론매체들이 중국의 아프리카 공략에 대해 ‘약탈을 위한 당의정(糖衣錠)’이라고 비난하자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23일자에 게재한 ‘아프리카의 신식민주의자는 누구인가’란 제목의 칼럼에서 “아프리카 자원을 약탈하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서방의 다국적 기업”이라며 서방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방의 공세에 대해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원 총리는 아프리카 방문 첫날인 18일 이집트에서 한 기자가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석유 등 에너지 확보를 위해 신식민주의적 착취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중국에 그런 모자를 씌울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3일 뒤엔 런민일보의 국제시사 자매지 환추(環球)시보가 장문의 반박성 기사를 실었다. 이번에 런민일보까지 가세한 것은 서방의 공세에 맞대응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선언인 셈이다.
이날 칼럼은 ‘중국 내 최고 아프리카 전문가’로 불리는 황쩌취안(黃澤全) 대기자가 썼다. 아프리카에 관한 그의 저서 및 번역서는 26권이고 관련 기사는 1200편에 이른다. 그의 칼럼에는 그만큼 무게가 실린다.
황 대기자는 “최근 서방 국가의 매체들이 입을 모아 중국이 아프리카의 신식민주의자라고 떠들어대고 있다”며 “이는 서방의 ‘아프리카판 중국 위협론’으로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를 약탈하는 것은 서방의 다국적 기업으로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석유생산량 가운데 95%는 다국적 석유회사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매년 막대한 이윤을 챙겨 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16%인 미국의 아프리카 원유 수입 비중이 2015년엔 25%로 올라갈 것”이라며 “이처럼 갈수록 아프리카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온 서방의 ‘신식민주의론’은 서방 국가의 다국적 기업 이윤을 보장하기 위한 선전문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런민일보의 칼럼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공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004년 7월 이후 2년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수뇌부가 무려 31개국을 돌며 원유의 수입, 개발 등 자원협약을 맺는 데 대한 서방 국가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