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밥 낚시가 불법인 거 모르세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죠.”
“한 적 없는데요.”
“(밑밥이 가득한 양동이를 가리키며) 이건 뭔가요.”
“…….”
TV 카메라는 다시 현지 어민들을 비췄다.
“한국 관광객들이 불법 밑밥 낚시를 일삼으면서 치어까지 마구 잡아 어족자원의 씨를 말리고 있어요.”
일본의 유력 민영TV가 25일 낮 방영한 화면이다. 이를 지켜본 재일동포들은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쓰시마 섬은 날씨가 좋은 날 전망대에 오르면 한국 땅이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가까운 곳이다. 그러다 보니 매년 많은 한국 관광객이 쓰시마 섬을 찾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섬 주민(3만7000여 명)보다 많은 4만 명의 한국인이 방문했다.
한국 손님들이 쓰는 돈은 어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돈벌이 수단이 없는 쓰시마 섬 경제에 생명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적 기여로만 치면 칙사 대접도 부족할 판이다. 쓰시마 시청이 2002년부터 매일 낮 12시 청사 확성기로 ‘고향의 봄’을 틀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일본인의 눈에 한국관광객은 ‘남의 나라에 와서 불법행위나 하는 얌체족’이라는 일그러진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동포들은 “한국 관광객들이 돈은 돈대로 쓰면서 욕은 욕대로 먹고 있다”고 개탄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 관광객이 줄어들까봐 단속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일본 행정당국과 경찰의 책임도 있다. 부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키려는 일본 언론의 의도 역시 순수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점을 두루 감안하더라도 원인을 제공한 ‘한심한 강태공’들의 잘못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잠시 즐기러 온 몇몇 관광객들의 빗나간 행동 때문에 한국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일본에서 살아가야 하는 60만 재일동포들이 속을 끓이는 일은 정말 없었으면 한다.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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