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이라크 저항 세력에 납치된 이라크 주재 러시아대사관 직원 4명이 살해된 데 대해 이런 짤막한 논평을 냈다.
전날 알 카에다와 연관된 ‘무자헤딘 슈라 회의’라는 무장조직은 인터넷을 통해 대사관 직원을 모두 ‘처단’했다고 밝혔다. 인질 2명을 참수하고 1명을 총살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도 공개됐다. 무자헤딘 슈라 회의는 최근에도 미군 2명을 납치해 살해했다.
세계의 외신은 이 소식을 긴급 타전했으나 정작 러시아 정부는 예상한 바라는 듯 담담한 반응이었다.
바그다드 서부에서 차를 타고 가던 러시아대사관 직원 5명이 무장괴한의 습격을 받은 것은 3일. 현장에서 1명은 살해됐고 4명이 납치됐다.
납치범들은 러시아 정부에 “48시간 안에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체첸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체포한 체첸 반군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러시아 정부가 이를 무시하자 납치범들은 21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질을 살해한다”고 발표했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자국 외교관이 납치돼 생명에 위협을 받는 데도 러시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석방 협상에 나서지 않은 것은 ‘테러리스트와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
체첸 독립파가 일으킨 2002년 10월 모스크바 시내 극장 인질 사건과 2004년 9월 러시아 남부 베슬란학교 인질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 정부는 협상 대신 강경 진압을 했고 이 과정에서 인질을 포함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또 러시아 의회는 9·11테러처럼 민간 여객기가 테러범에게 납치돼 공격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즉각 격추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도 마련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