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특사와 교황청 국무부 고위 당국자 등 협상단이 25일 극비리에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중국 당국자들과 협상을 시작했다는 것.
교황청과 중국이 수교 협상을 공식적으로 재개한 것은 2000년 협상 중단 이후 6년 만이다.
중국은 2000년 10월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중국인 순교자 120명을 시성(諡聖·성인으로 공식 인정)하자 “범죄자나 제국주의의 하수인을 성자로 시성했다”고 비난하며 수교 협상을 중단했다.
협상단은 일주일간 베이징에 머물며 중국의 주요 가톨릭 유적지를 돌아본 뒤 다음 달 1일 로마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 신문은 “협상은 당초 이달 초 열릴 예정이었으나 늦어지게 됐다”며 “협상에 대한 불필요한 관심이 협상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바티칸 측은 협상에 관한 사항을 모두 비밀에 부치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의 수교 협상이 결실을 보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양측의 기본 입장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바티칸은 수교의 전제 조건으로 △중국 교구의 주교 임명권을 바티칸이 행사하는 것을 중국이 인정할 것 △종교의 자유를 좀 더 폭넓게 허용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대만과의 외교관계 단절 △내정간섭 배제를 수교 협상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종교를 명분삼아 하는 간섭도 내정간섭이라는 게 중국의 견해이다.
양측 수교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홍콩의 천르쥔(陳日君) 추기경은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복원되기 전에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나는 협상이 쉽게 진전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양측이 협상장에 앉은 사실만으로도 중국의 우호적인 태도를 읽을 수 있다”며 “어쨌든 좋은 출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베이징(중국 당국을 지칭)은 올해 4, 5월 로마 교황청의 허락 없이 2명의 주교를 임명한 것은 실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해 중국이 바티칸의 주교 임명권을 인정할 수도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관측통들은 로마 교황청이 중국 요구대로 대만과의 단교를 받아들이고, 중국은 로마 교황청의 주교 임명권을 인정하는 선에서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바티칸과 중국 정부가 서로 원하는 바대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 이전에 양측의 외교관계가 복원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립된 2년 뒤인 1951년 중국 공산당이 외국인 신부들을 추방하면서 단절된 중국과 로마 교황청의 외교관계는 지금까지 복원되지 않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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