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부르는 여자…네덜란드 前의원 히르시 알리

  • 입력 2006년 7월 1일 03시 12분


함께 영화 작업을 했던 감독의 피살에서부터 네덜란드 연정의 붕괴까지. 소말리아 출신 여성 아이안 히르시 알리(36) 씨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행’은 어디까지 계속될까.

얀 페터르 발케넨더 네덜란드 총리는 지난달 29일 연정 붕괴를 선언했다.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3개 정당 가운데 소수 정당인 ‘D-66’ 소속 각료 3명이 사임한 데 따른 조치다.

이로써 네덜란드 중도우파 연정은 집권 3년 만에 무너졌으며 내년 5월로 예정된 총선이 앞당겨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혼란을 초래한 것은 네덜란드자유당(VVD) 소속 의원이었던 알리 씨다. 그는 1992년 네덜란드에서 망명 허가를 받을 당시 이름과 나이를 속였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강제 결혼을 피해서’라고 밝힌 망명 사유도 네덜란드의 한 TV 방송의 추적 끝에 거짓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불거지자 리타 페르동크 이민장관은 지난달 초 알리 씨의 시민권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페르동크 장관은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이슬람식 복장) 착용 금지 등 극우 성향의 정책을 주도해 이민사회의 반감을 사고 있는 인물. 이에 알리 씨는 지난달 16일 의원직을 내놓고 미국으로 떠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리 씨가 네덜란드를 떠날 경우 이민사회에 미칠 파장을 걱정한 의원들은 의회에서 페르동크 장관을 거세게 몰아붙였고 결국 시민권을 재부여하라는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중도파인 D-66는 이번 문제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페르동크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연정 지지를 철회한 것.

2004년에는 알리 씨가 경험담을 토대로 쓴 시나리오로 이슬람교의 여성 차별을 비난하는 TV영화 ‘복종’을 만든 테오 반 고흐 감독이 암스테르담에서 살해됐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증손자인 고흐 감독은 대낮에 한길에서 모로코 출신 청년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민자에게 가장 개방적인 ‘관용의 나라’였던 네덜란드에선 이 사건을 계기로 이민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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