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전 일본총리 별세

  • 입력 2006년 7월 2일 16시 23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일본 총리가 1일 도쿄(東京)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68세.

1996년 1월∼1998년 7월 총리를 지낸 그는 재임 중 내정 개혁에 의욕적으로 나섰으나 한-일 관계에서는 부정적인 발자취도 적지 않게 남겼다.

독도를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기점으로 공식화하고 독도 영유권 회복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국수주의적 경향을 드러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서한으로 사과했으나 교과서의 위안부 관련 기술을 재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 위안부에 대한 국가 보상을 외면한 채 비밀리에 민간 보상에 나서 파문을 일으켰다.

일본 우익세력의 본산인 일본유족회 회장을 역임한 그는 1996년 7월 일본 총리로서는 11년 만에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한국과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다만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에 합의해 양국관계 개선에 기여한 일도 있다.

그는 또 미국으로부터 오키나와(沖¤)현 후텐마(普天間)에 있는 해병대 기지 반환 약속을 받아내는 등 대미(對美) 외교에서 성과를 올렸다.

'1부 22성청(省廳)'이던 일본의 중앙관서를 '1부 12성청'으로 줄이고 소비세를 3%에서 5%로 올리는 등 행정 및 재정시스템 개혁에도 적극 나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에서 완성된 일본의 구조개혁은 하시모토 전 총리의 시도가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

하시모토 전 총리는 1963년 당시로서는 최연소인 26세 때 중의원에 처음 당선된 이후 내리 14선을 했다. 1995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해 고이즈미 현 총리에게 압승을 거뒀으며 이듬해 1월 82대 총리로 취임했다.

1998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해 총리에서 물러난 뒤 2001년 자민당 총재선거에 다시 출마했으나 고이즈미 총리에게 쓴 잔을 마셨다.

2004년 그의 파벌이 일본치과의사연맹으로부터 1억엔의 부정헌금을 받은 의혹이 나돌자 파벌 회장에서 물러났으며 지난해 8월 정계를 은퇴했다.

하시모토 전 총리는 2002년 2월 심장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으며 지난달 5일에는 대장절제수술을 받았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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