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과 학생 5만8000여 명은 이날 오후 행정장관과 입법위원 전원을 직선으로 선출할 것을 요구하며 홍콩섬 완짜이(灣仔) 빅토리아공원에서 중환(中環) 정부 청사까지 3km가량 행진했다.
‘정의, 평등, 민주, 희망’ 등이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을 든 시위대는 “우리는 직선제를 원한다”고 외치며 행진을 벌였다.
‘홍콩의 양심’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천팡안성(陳方安生·65·여) 전 홍콩 정무사장(政務司長·총리 격)도 ‘민주주의는 조화의 열쇠’라는 피켓을 들고 참가했다. 베이징(北京)의 중앙 정부와 대립하다 2001년 초 임기를 1년 5개월 남겨 둔 상태에서 사임한 그는 “민주주의를 지지하기 위해 행진에 참가했다”며 “그러나 (중앙) 정부에 도전하려는 뜻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천을 행정장관으로”라고 외치기도 했다.
홍콩 시민들은 2003년 7월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 법 추진을 무산시킨 이후 매년 7월 1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왔다.
홍콩 정부는 시위가 끝난 직후 성명을 통해 “정부는 행정장관과 입법위원 직선제를 검토 중이며 내년 초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콩 기본법에 따르면 행정장관은 800명으로 구성되는 선거위원회에서 선출하게 돼 있다. 또 임기 4년의 입법위원 중 절반은 직선으로 선출하고 나머지는 직능별로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홍콩 기본법을 바꾸려면 입법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행정장관의 동의가 필요하며 사전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보고해 비준을 받아야 한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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