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날조 ‘만화 혐한류’ 逆한류 편승 ‘이상 열풍’

  • 입력 2006년 7월 3일 03시 00분


‘바깥이 보이지 않는 불쌍한 민족’ ‘한국 매스컴은 모두 반일이다’ ‘월드컵은 한국인에 의해 더럽혀졌다’ ‘한국은 일본의 문화를 훔친다’….

한국과 일본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왜곡된 시각으로 일관한 일본의 ‘만화 혐한류(嫌韓流)’ 시리즈의 주요 목차다.

1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열도를 휩쓴 한류 붐에 역으로 편승해 자극적인 표현으로 한국을 비판한 ‘만화 혐한류’가 발매 1년여 만에 67만 부가 팔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만화 혐한류’는 일본인 주인공이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 등을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대학에서 양국 역사를 공부하는 동아리인 ‘극동아시아조사회’에 가입해 토론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의 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조선총독부에 근무했던 것으로 묘사되며, 상대역으로는 재일교포 4세가 등장한다.

지난해 7월 발매된 시리즈 1탄에서는 독도 영유권과 ‘용사마 열풍’ 등을 소재로 일본 우파의 주장을 나열했다.

올해 나온 2탄에서는 전후 보상과 외국인 참정권, 교과서 문제 등 주제의 폭을 넓혀 검증되지 않은 대한(對韓) 우월의식과 일본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이어갔다.

1탄의 ‘일본 영토침략-독도문제’에서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이승만 라인’을 그어 독도를 빼앗은 뒤 1965년 한일 어업협정 체결 때까지 3000여 명의 일본인 선원을 억류하고 이를 국교정상화 협상 카드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2탄에서는 일본은 전후보상 협상 때 ‘개인보상’을 해 주기를 원했지만 한국 정부가 국가보상을 주장했으며, 조선인 강제연행이나 일본 사회의 재일조선인 차별은 없었다는 식의 강변을 늘어놓았다.

작가는 필명 야마노 샤린(山野車輪). 2002년 겨울 단행본 원고를 완성해 여러 출판사를 찾아가 출간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인터넷에 만화를 연재한 것이 ‘신유샤(晋遊社)’라는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 띄어 단행본으로 나오기에 이르렀다.

마이니치신문은 내용에 관한 찬반 의견을 담은 1000여 통의 독자편지가 출판사에 쇄도할 정도로 반향이 컸다고 전했다.

“한국의 역사인식은 거의 날조임을 알았다”는 식의 찬동 의견이 있는 반면 “한국은 잘못이 없다. 나쁜 것은 자신들의 과오를 보지 않는 일본인들”이라는 반대 의견도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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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유치원생에 ‘군국주의 교육’ 물의▼

일본의 일부 유치원이 유치원생 120명에게 과거 군국주의 교육에 활용됐던 ‘교육칙어’를 외우게 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2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오사카(大阪) 시 쓰카모토(塚本) 유치원과 난코(南港) 사쿠라유치원은 지난해 10월부터 매일 첫 수업시간에 담임의 지도로 교육칙어를 암송하게 했다.

교육칙어는 메이지(明治) 일왕의 이름으로 1890년 공포된 교육기본이념으로 ‘신민(臣民)의 충효가 국체(國體)의 정수’라고 규정했다. 일제의 본격 침략기인 1930∼40년대에는 군국주의 교육용으로 사용됐다.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인 1948년 교육칙어를 폐지하고 개인의 존엄을 기본정신으로 한 교육기본법을 제정했다.

유치원 측은 “어려서부터 애국심과 공공정신, 도덕심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칙어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학부모는 “이런 교육을 하는 줄 모르고 입학시켰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부과학성도 “교육칙어를 가르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육칙어는 교육기본법 개정을 둘러싸고 일본 국회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교육칙어의 부활을 의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여당인 자민당 등에서는 “교육칙어의 도덕이념을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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