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생초보 가다 유키코(嘉田由紀子·56·여) 교수가 여야 3당의 추천을 받은 현직 지사를 물리치고 시가(滋賀) 현 지사에 당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3일 일본 정치권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아깝다’라는 구호를 앞세워 불필요한 공공사업 중단을 호소한 게 이렇게까지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줄은 가다 교수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가다 교수가 개표 작업을 지켜보며 당선을 예감하고 있던 2일 밤 이바라키(茨城) 현 히타치오타(常陸太田) 시의 한 주택가에서는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낮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시의회 해산이 결정됐다는 사실을 다도코로 미치조우(田所道造) 씨가 전화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다도코로 씨가 시의회 해산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은 올해 4월. 그는 “인구 6만 명에 시의원 68명은 너무 많다”면서 “시의원 보수로 연간 4억 엔이 나가는 낭비를 바로잡자”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그의 호소는 한 달 만에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2만3000명이 서명할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물론 시의회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2004년 12월 히타치오타 시가 인근 지자체 3곳과 합병을 해 ‘한 지붕 네 식구’가 되면서 시의원 수가 68명으로 늘어났던 것. 같은 현에 있는 히타치오미야(常陸大宮) 시와 사쿠라가와(櫻川) 시 의회도 합병으로 의원 수가 늘어났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냉랭했다. 히타치오미야 시 주민들은 2일 주민투표에서 시의회 해산을 결정했다.
사쿠라가와 시 주민들은 “투표에 들어가는 비용 2000만 엔도 아깝다”며 우선 시의회에 자진 해산을 촉구했다. 시의회가 해산을 거부하자 주민들은 다음 달 투표를 통해 강제 해산시킬 태세다.
시가 현과 이바라키 현의 사례는 무관한 듯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더는 ‘혈세’ 낭비를 봐 넘기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의 강한 의지가 그것이다.
하지만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최근 공식 파산선언을 한 홋카이도(北海道) 유바리(夕張) 시 외에도 재정이 사실상 파탄 상태에 빠진 지자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유권자들도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더 늦기 전에.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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