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받은 만큼 성과를 내시오”…‘자선관리社’ 美확산

  • 입력 2006년 7월 5일 03시 09분


미국에서 자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선기금 전문 관리회사가 각광받고 있다.

기부자들은 과거 자선재단에 기금 운용권을 전적으로 일임했던 것에서 벗어나 자선기금 관리회사를 고용해 기금 사용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 자선 수혜단체들은 돈을 받는 조건으로 자선기금 관리회사에 경영 인사 회계권을 넘겨주게 된다.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370억 달러를 빌 게이츠 재단과 같은 대형 자선재단에 맡겼지만 사실 대다수 기부자가 기금 관리와 감독을 총괄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분석했다. ‘한번 돈을 주면 끝’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끝까지 챙기겠다’는 기부자들이 늘고 있는 것.

이런 기부 형태 변화는 대규모 자선단체의 비효율적 기금 운용과 깊은 관련이 있다. 지난해 게이츠 재단은 미국 내 일부 공립학교에 10억 달러를 기부했지만 수혜 학교들의 졸업률은 높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 프로핏’ ‘블루리지 파운데이션’ ‘REDF’ 같은 대형 자선기금 관리회사의 특징은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기금을 운용하는 것. 기부자의 요구사항에 부합되는 자선 수혜단체 후보를 일단 추린 뒤 대형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이들을 철저하게 분석한다. 가장 큰 기부 효과를 낼 수 있는 단체를 선택하기 위해서다. 일단 선택이 끝나면 외부에서 전문 경영진을 데려와 조직 개편에 돌입한다. 일정 기간 평가를 통해 기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수혜단체는 향후 기부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자선자금 관리회사 ‘VPP’는 최근 매킨지 컨설팅에 의뢰해 200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을 뉴욕 공립학교 12곳을 선정한 뒤 아메리카온라인과 같은 대기업 중역들을 경영진으로 초빙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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