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모녀 성폭행후 일가족 4명 살해…美軍 ‘광란의 학살’

  • 입력 2006년 7월 5일 03시 09분


이라크 소녀 아비르 카심 함자(15) 양은 어머니에게 자주 “검문소의 미군들이 무섭다”고 말했다.

매일 지나야 하는 검문소에서 미군들이 치근덕거리며 접근해 위협을 느꼈지만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군은 이제 소녀와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보호자’가 아니었다.

딸의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고심 끝에 이웃집에 딸을 당분간 묵게 해달라고 부탁해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그 다음 날인 3월 11일, ‘예견됐던 비극’은 결국 일어나고야 말았다.

소녀의 집으로 검은 사복 차림의 미군 4명이 들이닥쳤다. 이들 중 101공수사단 소속 502연대 1대대의 스티븐 그린(21· 사진) 이등병은 소녀의 부모, 5세 정도의 어린 여동생을 한방에 몰아넣었다.

이어지는 총성과 비명. 피범벅이 된 채 방에서 나온 그는 “방금 다 죽여 버렸어”라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는 또 다른 방으로 끌고 간 소녀를 성폭행했다. 두 명의 공모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또 다른 미군도 함자 양을 성폭행한 것으로 군 조사 기록은 적고 있다.

그린 이등병은 이후 소녀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소녀의 어머니 파크리아 씨도 총살 직전에 그린 이등병에게 유린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3월 이라크 마흐부디야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의 파장이 거세다.

미국 법무부는 주범인 그린 이등병을 지난달 30일 붙잡아 살인 및 강간 혐의로 기소했다고 3일 공식 발표했다. 다른 세 명의 공모자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 그린 이등병은 사건 1주일 전부터 사건을 사전 공모했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소녀의 시신 일부를 불태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들은 사건 현장을 수시간 동안 통제하고 수니파 저항세력의 소행이라고 주장해 사건을 조작하려 했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은 부대 동료 2명이 고백하면서 밝혀지기 시작했다. 참극이 발생한 지 석 달이 훨씬 지난 뒤였다.

4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11개월간의 복무 끝에 ‘인격 장애(personal disorder)’를 이유로 최근 명예 제대한 그린 이등병은 이라크 민간인 학살과 연루된 미군으로서는 처음으로 민간 법정에 설 예정이다.

10일 첫 법정 출두를 앞두고 있는 그는 유죄가 확정되면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이슬람 사회에서 성폭행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독하는 행위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중동 전체의 분노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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