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WTO 문앞에…美-러, 정상회담전 가입협정 서명할듯

  • 입력 2006년 7월 13일 03시 00분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양자 협상 타결이 임박해 내년 봄 러시아의 WTO 가입이 확실해졌다.

러시아는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교역국과는 이미 양자 협상을 마쳤다.

이르면 1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전에 두 나라가 양자 협정에 서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2일 미리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경제개발통상부의 게르만 그레프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미국의 극적인 양보=그동안 미국은 러시아의 WTO 가입을 가로막아 왔다. 1993년부터 WTO 가입을 추진해 온 러시아는 유럽연합(EU) 중국 한국 등 주요 교역국과 양자 협상을 완료했지만 가장 중요한 미국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미국은 ‘에너지대국’ 러시아를 세계경제 질서 속에 하루빨리 편입시켜야 한다는 명분에는 동의했지만 러시아의 경제환경이 시장경제 수준에 미흡하다는 이유를 댔다. 게다가 푸틴 정부의 언론자유 제한과 민주화 후퇴 등 교역과는 상관없는 정치적 문제까지 WTO 가입 협상과 연계시켜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결국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미국이 러시아의 WTO 가입을 허용하지 않으면 앞으로 WTO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우리의 WTO 가입에 합의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라고 비난하며 “15∼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 기간까지 WTO 가입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WTO의 규범을 무시하겠다”고까지 말했다.

미-러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부시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G8 정상회의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의 WTO 가입은 미국의 이해와 일치하며 러시아와의 협상은 어렵지만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후 양국은 최대 쟁점인 농산물 개방과 금융 진출 허용, 지적재산권 보호 분야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언론자유 제한과 민주화 후퇴 등 정치적 문제와도 연계시키지 않기로 했다.

▽전망=양국 관리들은 “아직 완전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고 말해 협정 서명이 조금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미-러의 양자 협상이 타결돼도 러시아의 최종 가입까지는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먼저 의회에 러시아와의 교역을 제한하는 잭슨-배닉 법안의 철폐부터 요청해야 한다.

러시아는 점진적으로 외국계 은행과 보험사의 진출을 허용하는 한편 농업보조금을 삭감하고 지적재산권 보호에 노력해야 한다.

러시아가 세계경제 속에 편입되면 러시아와의 교역환경이 개선돼 한국기업의 러시아 수출과 진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 시장에서의 경쟁도 더 격화될 전망이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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