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자회담 3色대응]강경…美-日, 조심…한국, 반대…中-러

  • 입력 2006년 7월 14일 03시 09분


중국의 북한에 대한 6자회담 복귀 설득이 13일 성과 없이 끝남에 따라 북한을 제외하고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하는 5자회담의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기간 공전되고 있는 6자회담의 동력(動力)을 끄지 않기 위해선 5자회담이라도 열어야 한다는 게 한국과 미국의 판단이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반발을 우려해 5자회담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5자회담 개최를 둘러싼 외교전=5자회담 개최에 가장 적극적인 쪽은 미국이다.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한 경수로 건설 등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을 뺀 회담이 열리는 것만으로도 아쉬움과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쪽(북한)이 안 온다고 (6자)회담이 결렬돼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도 미국과 생각은 비슷하다. 그러나 5자회담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까봐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서주석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은 13일 KBS1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을 위한 노력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며 “6자회담이 정 안 되면 6자회담으로 가기 위한 지혜를 짜내는 자리가 5자회담”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중국은 5자회담 개최에 반대하면서 이 문제를 미국 일본이 추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문제와 연계시켜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두 가지 문제를 서로에 대한 지렛대로 활용하면 미국 일본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자회담에서 북한의 편에 서왔던 러시아도 중국과 비슷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활용방안도 동상이몽=미국과 일본은 5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낼 압박수단을 강구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5자회담 참가국이 한목소리로 북한의 회담 불참을 비난하는 결의를 유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중국과 러시아는 여기에 쉽게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미국과 일본을 설득해 북한을 6자회담으로 유인할 수 있는 ‘당근’을 만들어내려고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경우 한국은 어느 한편에도 서지 않고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공조는 물론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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