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학에서는 학업보다는 노는데 정신이 많이 팔려 있었는데, 한국에 와서는 노는 것을 조금 줄이고 공부에 시간을 더 할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는 것을 좋아하는 타고난 천성은 속일 수가 없어서 한국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친구들이 자기들보다 더 한국사람 같다고 놀릴 정도입니다.
이번에 지난 4년간의 일본 대학생활, 그리고 2년간의 한국 대학생활에서 느낀 한ㆍ일 양국의 대학문화를 비교해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기사는 첫번째 순서로 학교공부와 취직, 동아리활동 등 교내생활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두번째는 대학생의 식생활, 술문화, 아르바이트 등 교외생활을 소개하겠습니다.
<학내 생활>
<학교 공부와 취직>
먼저 학생의 본분인 '공부', '학교 수업'은 어떤 차이가 날 것인가.
물론 나라 차이와 상관없이 규모, 지역 등 학교 환경에 따라 교내생활은 크게 달라진다. 학생 수가 많은 학과에서는 과 밖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많아 학과 사람들끼리 어울리기 쉬운 중, 소규모 학과와는 차이가 난다. 교수와 학생에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러한 조건들을 막론하고 한일간의 뚜렷한 차이점을 보여 주는 것 중 하나가 ‘영어 교육’이다. 한국은 정기시험 기간 외에도 영어를 공부하느라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 처음에 봤을 때는 충격적이었다. 취직에 있어서도 한국에서 영어 능력을 기본적인 소양으로 보는 반면 일본에서는 일반기업의 경우에는 영어를 그냥 여러 자격들 중의 하나로 보기 때문에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학교를 졸업할 때도 한국 대학교처럼 TOEIC 점수로 제한하는 곳은 드물다.
수업에 있어서도 영어교육의 관점에서 차이가 난다. 학과 이름부터가 한국에서는 ‘영어영문과’라고 이름을 붙이는 학교가 많은 반면에 일본에서는 ‘영문학과’ ‘영미문학과’가 많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4학년 박경애 씨는 “영강(영어 강의) 수업도 많고 60~70% 수업은 과제, 시험을 다 영어로 적어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와세다대 영문학과의 경우 영어 능력으로 성적 평가를 받는 것은 별로 없고 시험이나 과제에 있어서도 영어 부담은 그지 크지는 않다.
대학생으로 공부하는 시간도 다르다. 제일 큰 요인은 한국 남자들의 ‘군복무의무’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입학한 해의 ‘학번’을 기준으로 동기, 선후배를 나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그렇게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 군대가 징병제가 아니기 때문에 입대 시기, 성별에 의한 학년 차이가 안 나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같이 입학한 동기와 4년 동안 같이 공부하고 같이 졸업식 자리에 앉는다. 한국에서는 여자도 1년 정도 휴학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에서는 휴학은 유학이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이용하지, 한국처럼 영어, 고시 공부, 자격 등 공부를 위한 휴학은 거의 안 한다.
한국에 살면서 “일본 남자는 군대 입대 의무가 없어서 좋겠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일본 대학생들은 그 대신 한국 나이로 24~5살이 되면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안고 산다. 취직 활동은 대학교 4학년 때로 한정돼, 졸업하면 ‘신졸(新卒/졸업예정자)’와 구별돼 정규적 취직 시험조차 못 보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2~3년 정도 군역 때문에 시간을 내야 한다고 해도 20대 때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공부를 할 수 있는 한국의 사회 환경이 부럽다.
<동아리 활동>
“한국 대학생들은 놀기만 하고 공부를 안 한다”라는 비난도 있지만 일본도 마찬가지거나 흑은 더욱 심하다. 일반적으로 일본은 취직할 때도 학점을 따지지 않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나름대로의 목적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동아리 활동을 대학생 생활의 중심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대학교에서는 동아리 외에 학과 내 동아리인 학회가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공부 모임으로서의 학회는 일본 대학교에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야구, 축구 등 운동모임이나 밴드모임까지 있다. 일본에 비해서 한국 학생들이 학과 사람들과의 인연을 중시하는 성향이 있다.
활동 내용을 비교해 보면 일본 대학교 동아리가 더욱 활발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위에서 봤듯이 학과 대신에 동아리활동을 생활의 중심으로 두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대학축제 때도 각 동아리를 단위로 참가할 경우가 많다.
또 하나 이유를 들자면 음악, 연극 등 예술 분야에서의 한ㆍ일간 차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배우가 되려면 대학교에서 전공으로 연기 등을 배우려 하는 사람이 많다. 한편 일본에서는 감독이나 배우가 되는 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해 대학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실 현재 연예계에서 활약하는 연예인들 중에 대학교 연극 동아리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다. 음악, 연극 등 예술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대학교의 동아리 활동은 유효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학교 내 생활만 봐도 한ㆍ일간 대학생 생활은 크게 차이가 난다. 그런데 그 배경으로 찾아보면 단순한 성격, 성향의 차이라기보다는 각 나라의 사회와 깊이 관련된 문제로 보인다.
“한국 학생들이 학교에서 영어 공부 밖에 안 한다”라는 비판에 대해 위에 나온 박경애 씨는 “그것은 학생 쪽의 문제가 아니라 TOEIC 점수를 요구하는 사회의 문제”라 반박했다. 한ㆍ일간 대학생활 차이를 알아보는 일은 나아가 한ㆍ일 사회 비교로 응용될 수 있지 않나 싶다. <계속>
도키요시 다츠야 동아닷컴 인턴기자 tatsuyatokiyoshi@hotmail.com
정리 =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