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는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뒤 이 사건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번 결의안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공해상에서 북한 미사일을 선적한 선박을 나포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모든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미사일이나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품, 기술을 제공하거나 북한에서 이를 구입하는 것은 물론 관련 자금의 북한 이전도 금지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의 제재 방안 등이 규정돼 있지 않아 그 강제성 여부에 대해선 논란이 없지 않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추진해 온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이 높다. 안보리 결의안은 국제법에 준하는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유엔 결의안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이 거부라는 것에 놀라지 않았다”며 “북한의 불법 활동을 막기 위한 금융제재 조치와 PSI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PSI의 출발점도 2002년 예멘행(行) 북한 선박 사건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이 발전시킨 이 구상은 2003년 5월 부시 대통령의 발표로 공식화됐다.
하지만 PSI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발적인 국제 협조체제일 뿐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 PSI에는 러시아 일본 영국 프랑스 등 15개 핵심 국가가 참여했고 60여 국가가 PSI에 협력하기로 동의했다.
참여국들은 일단 효과적인 PSI 작전을 위해 국내 관련 법규를 정비하는 일에 나섰고, 지난해 10월에는 남중국해에서 ‘디프 사브르(Deep Sabre)’라는 암호명으로 의심 선박에 대한 정선, 수색, 나포 훈련을 하기도 했다.
미국이 대북 결의안 만장일치 통과를 계기로 PSI 활동을 강화하고 나서면 당장 한국과 중국에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제한적 참여만 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전면적 참여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참여를 거부한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본격적으로 PSI에 참여할 경우 북한과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의 선박과 비행기에 대한 나포 및 검문검색에 직접 참여하거나 여기에 필요한 물자를 지원하면 북한이 남북 대화를 단절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17일 “우리는 지금 우리가 처한 조건과 환경에 따라 (PSI 참여를) 할 만큼 하고 있다”고 말했다. WMD 차단 훈련에 참관단을 파견하거나 PSI 관련 회의 결과를 브리핑 받는 등 주변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별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그 이상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북, 핵-미사일 계획 폐기하라”▼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들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미사일 및 핵 개발 계획 포기를 촉구했다.
연례 정상회의를 위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모인 G8 정상들은 16일(현지 시간) ‘비확산에 관한 성명’을 내고 “이번 미사일 발사로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우려가 더 깊어지게 됐다”며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계획을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미사일 시험발사는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했으며 미사일 개발 동결 약속과 6자회담의 합의 사항을 어긴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북한 제재 결의안은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확실한 의지를 대변한 것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북한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존중하고 선결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요구했다.
G8 정상들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한 외부의 지원을 저지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정상회의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납북자 문제 등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옵서버로 참석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별도 회담을 한 후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G8 정상회의는 17일 폐막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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