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른바 ‘백향목 혁명’으로 새로운 국가 재건의 꿈에 부풀었던 레바논이 다시 30여 년의 내전과 외세 개입이라는 슬픈 역사로 되돌아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지중해와 아시아를 잇는 교차점에 위치한 해안국가 레바논은 문화적 다양성과 교역의 중심지였으나 그만큼 분쟁과 갈등의 역사로 점철됐다. 프랑스 지배하에 있던 레바논이 독립한 것은 1943년. 미완의 독립이었고 프랑스 군대가 철수한 것은 그로부터 3년 뒤였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직후 아랍-이스라엘 전쟁 때부터 레바논은 팔레스타인 난민의 집결지였고 아랍-이스라엘 갈등의 중심이 됐다. 아랍민족주의를 주창하는 시리아와 이에 맞서는 이스라엘, 그리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레바논을 무대로 패권 다툼을 벌였다.
여기에 레바논 내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 간의 갈등은 1975년 마침내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불러왔고, 시리아의 개입과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이어졌다. 1992년 내전은 끝났지만 불안정은 계속됐고, 시리아군이 철수한 건 불과 지난해의 일이다.
LA타임스는 16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발 기사에서 레바논 현지의 참담한 분위기를 전하면서 ‘카미유 유니’라는 50대 남성의 육성을 들려줬다. “우리는 성폭행당한 느낌이다. 우리는 꿈을 가졌지만 그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우리가 이뤄 놓은 모든 것이 파괴됐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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