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부모 사이의 ‘당연한’ 통념이다. 이런 통념을 뒤엎는 정부 조사결과가 공개된다면 비싼 수업료를 내는 학부모의 심경이 어떨까. 미국의 사립초등학교의 연간 수업료는 대략 6000∼2만5000달러 선이며, 공립학교는 수업료가 없다.
미 교육부 산하 전국교육통계센터(NCES)는 전국의 4학년과 8학년(한국의 중학교 2학년) 학생 36만 명을 상대로 2003년 실시한 영어 수학 평가결과를 14일 공개했다. 왜 3년 후에야 조사결과가 공개됐는지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사립학교 학생이 공립학교 학생보다 다소 우수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NCES는 공립학교에 부모의 학력과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 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해 이를 보정한 조정치를 따로 뽑아 봤다. 사립학교에서 나온 데이터를 토대로 소수인종 비율이 공립학교와 같도록 조정하면 ‘비슷한 학생들을 가르쳤을 때의 학력차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한 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4학년 영어와 8학년 수학은 공·사립학생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고 △8학년 영어는 사립학교 학생이 우수했지만 △4학년 수학은 공립학교 학생이 오히려 앞섰다(표 참조).
사립학교 연합회는 그 결과에 발끈했다. “사립학교 학생의 성적이 더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이런 식의 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교육부가 기자회견도 없이 자료만 덜렁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교사노조에 소속된 한 교사가 “사립학교 학생의 성적이 더 좋았다면 대대적인 홍보를 했을 사안”이라고 꼬집은 말도 신문은 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특히 공식적으로 학교 내 기도가 금지된 공립학교를 떠나 기독교계 사립학교로 전학시키려는 부모의 권리를 유독 강조해 왔다. 따라서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계속 논란의 소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초중학생 평가결과 자료: 미국 교육부 산하 전국교육통계센터(NCES) | ||||
- | 영어(절대치)공립 : 사립 | 영어(조정 후)점수차 | 수학(절대치)공립 : 사립 | 수학(조정 후)점수차 |
4학년 | 216 : 235 | 0 | 234 : 244 | 4.5(공립 우위) |
8학년 | 261 : 282 | 7.3(사립 우위) | 276 : 292 | 0 |
조정 후 점수차는 공립 및 사립학교의 점수차(절대치)와는 다른 수치임. |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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