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 베이징]꼬리 밟힌 ‘뇌물수수 황제’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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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발주 땐 뇌물, 명절 땐 훙바오(紅包·돈 봉투), 이사 땐 가구(家具), 아플 땐 병원비, 부하 진급 땐 진급비(進級費), 자녀 대학입시 실패 땐 특별전형비….’

최근 1심 법원에서 징역 11년을 선고받은 중국 쓰촨(四川) 성 러산(樂山) 시 사완(沙灣) 구 장다창(張大常) 당서기의 뇌물 수수 수법이다.

그가 2000년부터 6년간 긁어모은 뇌물은 47만9000위안(약 5734만 원). 구청 당서기라는 그의 직책과 2000위안 안팎에 불과한 월급을 고려할 때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관영 신화통신은 18일 검찰일보를 인용해 그의 범죄 수법을 상세히 보도했다.

▽뇌물 수수 천태만상=2000년 여름 한 건축회사의 사장은 장 서기에게 5만 위안(약 599만 원) 상당의 최고급 가구와 가전제품을 선물로 보냈다. 사업을 따내기 위한 사전 공작이었다. 2001년과 2004년 설날엔 모두 6만 위안의 촌지를 건넸다. 장 서기는 이 사장의 ‘통 큰 씀씀이’에 곧바로 화답하기 시작했고 사완 구의 옛 시가지 개조 사업은 대부분 이 회사가 차지했다.

한 부동산 개발회사의 사장은 장 서기가 외국에 나갈 때마다 여행비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 2002년 장 서기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는 병원비를, 부친이 사망했을 때는 장례비를 대부분 댔다. 심지어 그의 딸이 대학에 떨어지자 15만 위안의 뒷돈을 대신 내고 원하는 대학에 넣어주기도 했다.

▽대담한 매관매직(賣官賣職)=장 서기는 매관매직도 서슴지 않았다. 진급철이 되면 당연하다는 듯 사전에 청탁과 함께 뇌물을 챙겼다. 시간이나 장소도 구애받지 않았다. 한 자리에서 3명의 부하로부터 동시에 받은 적도 있었다.

▽교묘한 수법, 타산지석=장 서기는 사실 이권사업 발주에 직접 간여할 권한도 없고, 직접 결재를 해 본 적도 없다. 장 서기는 구청의 직원들이 보고하러 오면 “이 사업은 누구에게 준비하도록 하는 게 좋지요?”라고 물어보는 것뿐이다. 나머지는 직원들이 알아서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중국에서는 구의 공산당 서기가 구청장보다도 높은 직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수사 담당 검사는 또 “부하 직원들이 돈을 잘 바치지 않을 때는 공개적으로 ‘직무를 좀 조정해야 하겠다. 네 의견은 어떠냐?’라고 물어 자리 청탁을 하도록 암시했다”고 장 서기의 교묘한 수법을 공개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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