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자금 동결 해제를 6자회담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면서 이 은행에 대한 미국 당국의 조사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워싱턴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BDA은행은 ‘21세기형 금융’과는 거리가 먼 은행이었다. 소규모 은행이 즐비한 마카오에서도 자산 규모 기준으로 뒤에서 네 번째였다.
특이한 점은 거래의 대부분이 전산처리를 거치지 않은 채 손으로 작성한 전표로 진행됐다는 점. 이 소식통은 “북한이 이 은행을 거래대상으로 선택한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수기(手記) 거래 방식, 두 번째는 경영진과의 뒷거래를 통해 은밀한 일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올 초부터 재무부 요원을 투입해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영어와 한자가 뒤섞인 수기 전표를 해독하는 데 시간을 대부분 허비했다. 결국 장부를 일일이 컴퓨터로 스캐닝한 뒤 미국으로 보냈다. 한자를 화상 이미지로만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전산 분석이 가능하도록 디지털화하는 방식이었다. 다른 소식통은 “장부 정리와 스캐닝은 6월 말 끝났고, 앞으로 분석 작업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이 은행의 북한 관련 계좌는 40여 개. 올 초에 파악된 계좌는 20여 개에 불과했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관련 계좌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미 정보 당국은 일찌감치 계좌의 실제 주인을 ‘핵심 권력층’으로 결론지었다. 국무부 보좌관으로 지난해 6월까지 북한 불법행위 조사팀장을 맡은 데이비드 애셔 박사는 지난해 말 본보 인터뷰에서 “그 자금은 코냑과 벤츠를 구입하는 데 쓰는 (핵심 지도부의) 통치자금”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라파엘 펄 연구원도 인터뷰에서 “집권층이 주변인물의 충성심 유지를 위해 쓴 흔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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