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23일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스라엘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전투력을 보유한 군대가 (레바논 남부에) 배치되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이끄는 평화유지군 방안에 열린 입장"이라고 밝혔다. 레바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6일에는 유럽-아랍 간 긴급회의가 열린다. 영국 프랑스 독일 정부는 지난 주 특사를 보내 이스라엘 및 레바논 정부와 개별 접촉을 가졌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23일 중동 방문길에 올랐다.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3일 백악관으로 외무장관과 국가안보회의 의장을 보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휴전을 지지해달라고 촉구했다. 늘 미국의 편에 섰던 영국도 이번에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킴 하웰스 영국 외무차관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만 공격하는 것 같지 않다"며 이스라엘을 비난한 뒤 "이렇게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가는 사실을 미국인들이 이해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바논 현지의 상황은 국제사회의 중재 분위기와 전혀 딴 판이다. 23일에는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피난 차량에 폭격을 가한 사실이 밝혀져 국제적인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또 24일에는 이스라엘 군이 헤즈볼라 병사 2명을 교전 끝에 생포해 헤즈볼라의 보복이 우려된다.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지상군이 레바논에 본격 침공할 경우 개입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입장을 밝힌 상태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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