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3일 이 학교를 이민자들의 안착 사례로 집중 조명했다. 업홀 초등학교의 성공은 영국으로 몰려드는 외국인 행렬을 ‘위기’로 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는 설명이다.
이 학교는 학생 890명 가운데 10명 중 3명꼴로 난민이거나 망명자 출신이다. 대개는 입학할 때 영어를 한마디도 구사하지 못한다.
2003년 앤드루 모리시 교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이 학교의 학업성취도는 보잘것없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기 싫어해 빈자리가 200개가 넘었다. ‘이민자들이 영국과 교육계에 피해를 입힌다는 소리가 이 학교 때문에 나온다”는 비난마저 나왔다.
모리시 교장은 ‘영국에서 살아가는 법’을 먼저 가르치기로 결심했다. 알파벳과 덧셈, 뺄셈을 비롯해 난민 출신 아이들에게 급식 때 줄서는 법을 가르쳤다. 땅에 떨어진 음식마저 곧잘 주워 먹는 이 아이들은 음식이 자기 차례까지 올지 걱정이 앞서 줄서기에 서툴렀던 것.
소말리아에서 2004년 영국으로 온 립티스함(11) 양은 영어를 모르는 채 업홀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첫날 두려움에 떨며 등교했던 소녀에게 교사는 같은 언어를 쓰는 짝을 배정해 줬고,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립티스함 양은 “둘째 날부터는 학교가 무섭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영국생활과 학교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고, 그 가족들이 영국사회에 흡수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 교육기준청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영어가 외국어인 학생이 90%인데도 업홀 초등학교 구성원이 협력해서 거둔 성과는 눈부시다”고 평가했다. 교육기준청은 “효율적인 리더십, 학교 개선에 대한 지지, 학교가 학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식 등을 바탕으로 이 학교가 매우 우수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세를 대상으로 한 국정교과과정 시험에서는 79%의 학생이 영어 과목에서 성취 기준을 넘어섰다. 수학에서는 학생 75%가 기준을 넘었다.
“우리 학교는 세계를 축소해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모리시 교장은 “20년 내에 이 아이들 가운데 세계를 이끌 지도자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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