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르의 이름으로” 굴복않는 헤즈볼라

  • 입력 200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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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드 카시르를 잊지 말라.’

레바논 남부도시 티레 인근 마을 데이르알나르에는 26일 이탈리아 로마회의에서 유엔 국제보안군의 레바논 배치를 지지한 국가 대표들이 꼭 방문해봐야 할 작은 이슬람 사원이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이 사원에는 바깥사람들은 잊었지만 레바논인들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교자’ 아메드 카시르의 사진이 걸려 있다. 카시르는 세계 최초로 차량 폭탄을 터뜨리며 자살한 사람이다. 자살공격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차량을 이용한 자살공격은 역사상 그가 처음이다.

1982년 11월 어느 날 아침. 카시르는 500kg의 폭탄을 실은 차를 몰고 티레의 이스라엘군 본부로 뛰어들었다. 이 사건으로 이스라엘 군인 76명이 죽었다. 그의 자살폭탄 공격은 오늘날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는 테러의 전조였다.

헤즈볼라는 카시르에게서 인간폭탄이라는 신(新)무기를 발견했다. 헤즈볼라가 저지른 1983년 4월의 베이루트 주재 미국대사관과 10월의 미 해병대 막사 폭파는 9·11테러 이전에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자살폭탄 공격이었다. 몇 달 뒤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은 레바논에서 평화유지임무를 수행하던 미 해병대의 철수를 단행했다.

1982년 11월 이후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와 싸워 왔다. 그동안 병기고에 든 거의 모든 무기를 써 봤다. 지금도 전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헤즈볼라의 무장을 해제하는 데는 실패했다.

뉴욕타임스는 26일 헤즈볼라의 전력이 예상보다 강한 것으로 드러나 이스라엘군이 애를 먹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군은 26일 헤즈볼라의 군사 거점인 빈트즈베일을 장악하기 위해 교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병사 8명을 잃었다. 최근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시작된 이후 단일 전투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 수다.

그러나 더 타임스는 “정말 무서운 것은 이란제 미사일이 아니라 더 많은 아메드 카시르”라며 “에어컨이 가동되는 로마의 회의실에 앉아 있으면 국제보안군이 헤즈볼라를 저지하고 질서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해버릴 수 있지만 데이르알나르에 와서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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