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기수출 해도 너무해…분쟁 당사국 양측에 판매

  • 입력 2006년 7월 31일 03시 05분


세계 최대의 무기 수출국인 미국. 미국이 무기 판매를 주요 외교정책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분쟁 상태에 있던 국가들에도 무기를 판매해 ‘분쟁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미 행정부는 28일 파키스탄에 F-16 전투기 36대를 비롯해 첨단 레이저 유도 폭탄과 공대공 미사일 등 50억 달러 상당의 무기와 장비를 판매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무기 판매를 최종 승인하는 미 의회 내에서 군사기술의 제3국 유출 등을 우려하는 일부 민주당 의원이 반대 법안을 제출했지만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해 자동적으로 무기 판매 계획이 확정된 것.

미국이 파키스탄에 무기를 수출키로 한 것은 미국이 인도와의 핵 협력 협정을 추진한 데 대한 파키스탄의 반발 무마용 성격이 짙다. ‘인도와 같은 대우’를 요구하는 파키스탄을 달래기 위해 그동안 불허했던 전투기 판매를 승인해 주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다시 인도에 FA-18 전투기와 상륙작전용 전투함 트렌턴을 판매키로 했다고 워싱턴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인도는 노후 전투기 대체를 위해 앞으로 126대의 전투기를 구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지역은 미국의 주요 무기시장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미국은 28일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AH-64 아파치 헬기, 전투용 탱크 등 29억 달러 상당의 무기와 장비를 판매하는 등 이른바 ‘온건 아랍국가’에 46억 달러의 무기를 판매하는 계획을 의회에 통보했다.

이런 미국의 무기 수출 정책은 한편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반미 연대의 선봉장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방문 중 수호이 전투기 24대와 헬기 53대를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무기금수 조치로 인해 F-16 전투기 부품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러시아로 무기 수입처를 바꿨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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