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30일 민간인 50여 명의 인명피해를 낸 카나 마을 폭격의 진상 조사를 이유로 이틀간의 정전에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이 시간동안 남부 레바논 주민들이 유엔과의 협력 하에 현지를 떠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48시간 정전(停戰)은 카나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이스라엘이 고육지책으로 꺼내든 카드. 이스라엘은 카나 공습 전날까지 유엔이 인도적 지원을 위해 제안한 72시간의 휴전 제의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카나 공습으로 생후 10개월인 영아와 95세 노인, 장애인 등을 포함한 민간인 54명이 사망하면서 이스라엘 공격의 정당성은 치명타를 입었다.
유엔은 30일 긴급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카나 사태에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느낀다'는 내용의 의장 성명을 15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미 백악관도 성명을 내고 "비극적이고 참담한 사건 앞에 모든 레바논인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공동 성명을 통해 즉각적인 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의 작전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며 목표를 이룰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경 자세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앞으로도 10~14일간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계획을 밝혀둔 바 있다.
48시간의 정전 합의도 레바논 '남부'에 국한되는 것일 뿐 다른 지역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 제한적인 정전 합의마저 헤즈볼라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깨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지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복심에 불타는 헤즈볼라는 31일 하루 공습으로는 가장 많은 150발의 로켓을 이스라엘 북부에 쏘며 맹렬히 반격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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