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비(非)시민권자를 상대로 모병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호(6일자)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미군에 지원할 경우 시민권을 부여하는 정책을 미 국방부가 해외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모병 사무소가 가장 먼저 개설되는 지역으로는 인도 델리가 거론되고 있다.
미 국방부가 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미국인 입대 지원자는 줄어드는 반면 군 복무를 통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외국인은 늘고 있기 때문.
육군 준장 출신인 케빈 라이언 하버드 케네디 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 기고문에서 "해외 모병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연간 모병 목표 7만~8만 명은 어렵지 않게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비시민권자 모병 확대는 진보·보수 양측으로부터 모두 비난을 받고 있다.
보수 세력은 미군 입대가 불법 이민자들 사이에 손쉬운 시민권 취득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4년 동안 군 입대를 통해 시민권을 취득한 불법 이민자는 3만 5000여명으로 전체 미군 병력의 2%에 이른다. 입대 지원 불법 이민자가 크게 늘자 지난해 미군 당국은 영어 적성검사 통과 기준을 크게 낮춘 바 있다.
반면 인권단체들은 비(非) 시민권자 신병들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전장에 배치되는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이라크전 개전이후 사망한 미군 2500여명 가운데 비시민권자 또는 이민자 출신 병사는 100여명으로 4%에 달한다.
군 복무를 하는 비시민권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정책은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시행돼왔다. 그러나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시민권 취득을 용이하게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불법 이민자의 군대 지원율은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행정명령에 따르면 비시민권 병사의 시민권 취득 기간은 입대 후 3년에서 수일 이내로 단축된다. 시민권 신청비용 330달러는 면제되며, 외국에서도 미국시민 선서를 할 수 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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