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江澤民의 거울에 비친 남과 북

  • 입력 2006년 8월 2일 03시 00분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은 재임 중이던 1995년 11월 한국을 방문했다가 발전상에 놀랐던 모양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도 둘러보고 귀국하는 특별기 안에서 “한국은 땅이 작고 인구는 많으며 자원은 부족한데 30년이란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렇게 발전했을까” 하고 감탄하며 수행원들에게 “거울로 삼아야 할 경험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가 80회 생일을 맞아 그제 출간한 회고록에 담긴 내용이다.

회고록엔 1990년 9월 장 주석이 김일성 북한 주석과 만났을 때의 얘기도 나온다. 당시 장 주석은 중국을 방문한 김 주석에게 동유럽 붕괴에 대해 “동유럽 국가들이 경제 건설에 실패해 민심이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경제에 집중하라는 암시였던 셈이다. 이에 김 주석은 “어떤 힘든 환경에서도 조선 인민은 흔들리지 않고 혁명의 기치와 사회주의 정신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장 전 주석의 거울에 비친 남과 북의 모습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한쪽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길로 접어들어 세계사에 유례없는 성공 신화를 이뤘지만, 다른 한쪽은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시대착오적 망상에 사로잡혀 주민들을 굶주리게 하는 나라로 읽혔을 것이다. 이는 그가 2001년 북한을 방문해 “수해 복구와 식량난 해소를 위해 대규모 무상지원을 북에 약속했다”고 회고한 데서도 드러난다.

그동안 중국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여전히 한국의 경험에서 배우려 한다. 작년 국내총생산(GDP)이 2조2600억 달러(세계 4위)로 한국(7875억 달러·세계 11위)의 2.9배에 이르지만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방한하는 중국 관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을 ‘실패한 역사’라며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된 한국의 좌파에게 장쩌민 회고록을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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