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헤즈볼라 달래기 나설까

  • 입력 2006년 8월 3일 03시 01분


레바논 사태 와중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 나라가 있다면? 바로 이란이다.

분신과도 같은 헤즈볼라가 숙적인 이스라엘을 괴롭히고 있고, 레바논 민간인 피해로 이슬람권 내 강경파가 힘을 얻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득은 핵문제로 국제사회의 전방위 압박을 받던 현실에서 잠시 벗어났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사태 해결을 위해 이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이란 역할론’까지 대두되고 있어 이란을 더욱 즐겁게 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1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헤즈볼라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란을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이란으로부터 매년 무기와 1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이미 이란을 끌어들이기 위해 협의에 들어갔다. 필리프 두스트블라지 장관이 지난달 31일 베이루트에서 마누셰르 모타키 이란 외교장관을 만난 뒤 프랑스 외교부는 “사태 해결을 위해 이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프랑스 내 중동 전문가들은 “이란을 직접 개입시키는 건 모험이지만, 결국 이 같은 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모종의 거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의 도미니크 무아지 씨는 AFP뉴스에 “프랑스 정부는 이란에 핵 문제를 좀 더 유연하게 다루겠다는 점을 반대급부로 제시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헤즈볼라를 현 상태로 계속 유지하려는 이란으로서도 전투를 지속하면 좋을 게 없다. 헤즈볼라의 전력이 약화될 수 있는 데다 레바논 내에서 헤즈볼라에 대한 일반인의 감정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란이 중재에 나설 여지는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처럼 ‘이란 역할론’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실제 이란의 외교적 개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를 원치 않고 있다. 게다가 이란의 기를 살려 주는 것도 국제사회로선 반갑지 않은 일이다. 무아지 씨는 “이런 식으로 이란에 손을 벌리면 이란이 서방국가를 더욱 얕잡아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레바논 사태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일 “며칠 안으로 휴전이 가능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은 레바논 정부의 레바논 남부 장악을 휴전의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스라엘은 ‘48시간 공습 중단’ 시한이 만료되자 2일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다시 강화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국제 평화유지군이 주둔한다면 공격을 중단하겠지만 그때까지 손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며 “당분간 휴전은 없다”고 선언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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