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다목적 인공위성 아리랑2호를 쏘아 올린 한국 기술진이 환호에 들떠 있는 동안 러시아 측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 한국의 한 전문가는 “바로 전날 발사에 실패한 초소형 인공위성 ‘한누리1호’의 발사체도 러시아가 만들었다”며 “러시아 기술진의 자랑을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아리랑2호와 한누리1호를 실은 러시아의 발사체는 군사용을 상업용으로 개량한 것. 1991년 사회주의 붕괴 뒤 군사용 발사체를 상업용으로 돌린 러시아는 한동안 관련 기술 판매에 혈안이 돼 있었다. 우주 프로젝트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끊겨 재정난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러시아 우주 프로젝트 기술진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한마디로 “요즘 목을 뻣뻣이 세우고 있다”는 주러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전언이다.
태도 변화에는 이유가 있었다. 요즘 러시아 연방우주청과 국방부는 석유를 팔아 번 ‘오일달러’를 이용해 ‘우주 강국(强國) 프로젝트’에 시동을 다시 걸고 있다.
아나톨리 페르미노프 러시아 연방우주청장은 1일 일간지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용을 포함한 인공위성을 현재 96개에서 앞으로 16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사회주의 붕괴 이전인 1991년 소련이 갖고 있던 138개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우주청이 예산을 받아 가는 과정도 삭감이나 변경 없이 진행된다. 페르미노프 청장은 “게르만 그레프 경제개발통상부 장관에게 (우주개발) 프로그램 예산을 달라고 하면 ‘당신의 계획은 별다른 야욕이 없다’고 말하며 돈을 그냥 보내 준다”고 말했다. 올해 6월 말 러시아 외환보유액이 2500억 달러(약 237조5000억 원)를 넘어서면서 러시아 국방부의 관련부서도 활력이 넘치고 있다. 전략미사일군은 “우주개발 장비의 개발과 함께 전문가 5000명을 육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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