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 카스트로?

  • 입력 2006년 8월 4일 03시 02분


피델 카스트로(사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몸 상태’가 여전히 미스터리다. 리카르도 알라르콘 쿠바의회 의장은 3일 “카스트로 의장은 수술 후 아주 생기 있고 의식이 뚜렷한 상태”라고 했고, 에콰도르 주재 쿠바대사관의 울리세스 바르킨 상무관도 “신속하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어 3, 4주 후에는 권좌에 복귀할 것”이라고 전했지만 얼마나 믿을 만한 소식인지는 알 수 없다.

외신들은 다만 카스트로 의장이 47년간 장기집권하면서 수없는 암살 음모와 위기를 넘겼다는 사실에 새삼 주목하고 있다.

쿠바 비밀정보국 책임자를 지낸 파비안 에스칼란테 씨에 따르면 지금까지 카스트로 의장을 암살하기 위해 시도된 방안은 무려 638가지에 이른다.

그의 책에 따르면 카스트로 의장 제거에 혈안이 돼 있었던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그의 시가에 폭발물을 내장해 얼굴을 날려버리거나 손수건에 박테리아를 묻히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카스트로 의장이 스쿠버다이빙을 즐긴다는 점에 착안해 카리브 해의 조개에 폭발물을 집어넣고 조개껍데기에 예쁜 색을 칠해 관심을 끄는 방법도 논의됐다. 만성피부병을 유발하는 세균을 묻힌 다이빙복을 입히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실행되지는 않았다.

옛 애인도 동원됐다. 그러나 콜드크림 통에 독약을 숨겨 왔던 이 여성은 음모를 눈치 챈 카스트로 의장이 총을 건네며 자신을 쏘라고 하자 “피델, 저는 못 하겠어요”라며 포기했다.

‘피델, 위기의 자화상’이라는 또 다른 책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 CIA에 매수된 한 호텔 직원이 카스트로 의장의 밀크셰이크에 독약을 타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냉동칸에 넣어뒀던 독약 캡슐이 얼어 터지는 바람에 이 계획도 실패했다.

1961년 CIA는 암살 조직을 쿠바에 침투시킨다. 하지만 쿠바 방위대 150명 이상이 숨지는 전투 끝에 암살군은 전멸했다. CIA의 암살 기도를 피하기 위해 카스트로 의장은 쿠바 전역에 20개가 넘는 ‘안가(安家)’를 두기도 했다.

이 밖에도 카스트로 의장은 대학생 시절의 콜롬비아 혁명 참가, 쿠바 바티스타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며 참가한 자살공격 등 수십 차례의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