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햄릿’의 명대사. 삼촌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주인공이 내뱉는 독백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햄릿 못지않은 고민에 직면해 있다. 햄릿의 독백으로 옮기면 “(금리를) 올리느냐 동결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의 시선은 8일(현지 시간) 예정된 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려 있다. 미국 경제의 흐름을 결정하는 FOMC는 항상 주목의 대상이지만 이번 FOMC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FRB가 17번째 계속해 온 금리인상을 계속 밀고 나갈지, 아니면 장장 2년에 걸친 금리인상 행진에 마침표를 찍을지가 이날 결정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현재로선 ‘동결’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통계가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가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에 그쳤다. 1분기(1∼3월)의 5.6% 성장률이 이례적으로 높다고 해도 2.5% 성장률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낮다. 벌써부터 경기침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4일 발표된 고용통계에서도 7월 실업률이 4.8%로 높게 나타나면서 월가에서는 FRB가 경기를 고려해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나아가 내년 1분기에는 FRB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문제는 물가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고유가 현상이 계속되면서 미국 소비자물가가 3%에 육박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FRB가 경기를 감안해 금리인상을 중단하면 인플레이션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계속 올리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워진 경기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8일 버냉키 의장의 선택이 주목된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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