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6일 중국이 WHO 사무총장 후보로 홍콩 출신 중국인 마거릿 찬(59·여) WHO 전염병 담당 사무부총장을 천거한 데 대해 일본이 오미 시게루(尾身茂·57) WHO 서태평양 담당 사무처장을 ‘대항마’로 추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도 3일 “이 전 사무총장이 5년 임기의 3년째에 별세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으므로 다음 사무총장도 아시아에서 나와야 된다는 견해가 WHO 이사회 내에 우세하다”고 전했다.
아시아에서는 쿠웨이트 정부의 추천을 받은 카젬 베베하니 WHO 대외관계 담당 사무부총장도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두 사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제3세계 진영과 일본-미국 진영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아직은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WHO 이사회는 내달 5일까지 후보를 추천받은 다음 5명의 후보를 추려 선거를 실시한다. 그리고 11월 9일 당선자를 발표한다.
찬 사무부총장은 중국의 후광을 업고 아프리카와 남미 등 개발도상국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유엔 기구의 수장으로 중국인을 지원하기는 이번이 처음. 그러나 중국의 지원이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많은 회원국은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발생을 은폐한 전력을 갖고 있는 중국이 WHO 사무총장직을 탐내는 데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도 찬 사무부총장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WHO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찬 사무부총장은 홍콩보건장관 시절인 1997년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대해선 신속한 조치를 취했으나 2003년 사스에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장 경험이 부족한 것도 약점이다.
반면 법학 및 의학 분야 학위와 함께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오미 사무처장은 보건행정 전문가로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내세우며 표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전 세계 사스와 AI 발병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서태평양 지역의 현장 책임자를 두 차례 역임했다.
그가 2006년 5월에 발표한 사스 관련 저서는 사스에 대한 가장 심도 있는 분석으로 꼽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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