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중도파가 보는 ‘한반도와 한미동맹’]<2>

  • 입력 2006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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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미국 내에서도 대표적인 진보적 중도 성향의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다. 그 재단의 회장을 지낸 모턴 아브라모위츠 센추리재단 고문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 간 대북 정책의 차이로 효과적인 한반도 문제 해법을 찾아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금의 한미관계를 어둡게 진단했다.

―한미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다 있다. 북한의 도발을 예방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한미동맹의 기본이다. 그런 기본적인 문제에는 잘 대처하고, 또 협력하고 있다. 문제는 핵심 과제인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양국의 접근법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양국이 외교적 수사(修辭)로 덮고 있지만 그 차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차이가 해소될 때까지는 북핵 문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국 모두 북한의 핵무장을 반대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전략이 다르다.”

―그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우선 미국이 북핵 문제를 진정 협상을 통해 풀 자세가 되어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 진지한 협상 계획에 대해 한국과 중국의 지지를 구함으로써 한미 간의 이견을 풀어 가길 바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한 정권의 본질에 대해 수없이 얘기해 왔는데 그것과 정책은 달라야 한다. 문제 해결은 협상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정권의 본질에 대해 천명하고 규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한국에선 통일부 장관과 대통령이 미국과의 견해차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문제를 왜 신문 1면용으로 공표하는가’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그들의 행동은 좌절감의 정도를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한미 간의 분열에 대한 좌절감을 보여 주는 발언이라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그런 것은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다룰 일이다. 외교의 룰에 따르면 그들의 행동은 ‘특별히 감동적(particularly impressive)’인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북한 같은 나라, 특히 핵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선 중국 한국 미국의 상호 협력이 꼭 필요한데 그것을 아직 이루지 못하지 않았는가. 그것이 북한을 다루기에 앞서 반드시 이뤄 내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외교다. 북한의 핵무장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이양하게 되면 주한미군도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몇 년 안에 급격한 변화, 심각한 감축이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물론 추세는 감축이다. 하지만 얼마나 빨리, 얼마만큼 줄일지는 다른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

―미 지상군의 한국 주둔은 미국의 이익에 절실한가.

“한반도의 기본적 안정을 위해 미군의 존재는 중요하다. 하지만 만약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다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잃을 것이다. 한국이 원치 않으면 미군은 주둔하지 않을 것이다. 원치 않는데 남아 있을 이유가 어디 있나.”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한국의 대규모 반미시위 등에 대해 미 국방부가 언짢아하는 반응도 있다던데.

“한국은 거대하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민족주의적이다. 따라서 한국이 더 많은 책임권한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이는 미국 보수파 사이에서 ‘한국이 여전히 우리의 우방이냐’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해 주지 않는데 왜 우리는 그들을 위해 뭘 해 줘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미 정부의 정책은 아니지만 그런 반응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한국이 북한 계좌문제 등 현안 처리과정에서 미국 일본 중국으로부터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문제는 동북아 안정에 매우 해로운 정치적 군사적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이 중국에 의존하면 할수록 한국이 장차 통일문제를 다루는 데 방해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미국과의 동맹이 중국과 일본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국은 일본 중국과 좋은 관계를 이어 가야 하며, 마찬가지로 일본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로 고립되는 걸 멈추고 중국 한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북한보다 일본에 더 화를 내는 것 같은 한국 대통령의 성명은 그런 점에서 놀라웠다.”

―한국이 미국 일본의 대북 제재에 가담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그렇게 되면 ‘치료(therapeutic)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마도 북한의 정책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북한에 더 강하게 나가려 한다면 그 압력이 효과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국만의 대북 압박은 효과가 적지만 중국 한국과 함께 압박을 가한다면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상황에서 그것이 현실화되긴 어렵다고 본다. 압박 정책이 더 나은 정책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것을 이룰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압박 정책은 한국 중국 때문에 누수(漏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 미국은 고립시키려고 하는데 한국은 돈을 준다. 핵심 당사국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한 효과적인 정책을 추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만약 중국 한국이 미국의 생각과 전망을 공유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텐데, 그들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이를 그냥 덮어 두고 있다. 항상 모든 게 잘되고 있다고 하지만 안 그렇지 않은가.”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모턴 아브라모위츠

△미 국방장관 특별보좌역(1972∼1973)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1974∼1978) △태국 대사(1978∼1981) △국무부 정보·연구담당 차관보(1985∼1989) △터키 대사(1989∼1991)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회장(1991∼1997) △센추리재단 고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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