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어권, 쉬운 ‘글로비시’에 솔깃

  • 입력 2006년 8월 8일 03시 00분


“1500개의 기본 단어만 이해하면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미국인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사람들에게는 귀가 솔깃한 이야기다. 영어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비(非)영어권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영어인 ‘글로비시(Globlish)’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글로비시는 글로벌(Global)과 영어(English)의 합성어. 프랑스인으로, 다국적기업인 IBM의 부사장을 지낸 장 폴 네리에르 씨가 제안한 글로비시는 어휘를 비영어권 청취자 대상 라디오 방송인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 등에서 사용하는 1500개 단어 정도로 제한했다.

그럼 복잡한 단어는? 쉬운 말로 풀어쓴다. 예를 들어 ‘조카’를 뜻하는 ‘nephew’는 ‘내 남자형제의 아들(son of my brother)’로 바꿔 말한다. ‘잡담하다’는 뜻의 ‘chat’도 ‘서로 편하게 이야기하다(speak casually to each other)’로 바꾸는 식이다.

어려운 단어는? 쉬운 단어로 바꿔 쓴다. ‘대륙’이란 뜻의 ‘continent’는 ‘land’로, ‘proper’가 ‘옳은’이란 의미로 쓰이면 ‘right’를 대신 쓴다.

또 복잡한 영어 문법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차피 의사소통이 가장 큰 목적인 글로비시는 말만 통하면 되기 때문이다. 글로비시 제안자인 네리에르 전 부사장에 따르면 글로비시는 문학이나 문화를 담는 언어가 아니고 의사소통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네리에르 전 부사장은 “아시아에 출장 갔을 때 한국이나 일본 동료가 동행했던 미국 직원보다 프랑스인인 나와 영어로 더 쉽게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당시 출장을 통해 글로비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현재 네리에르 전 부사장이 쓴 글로비시 관련 책은 프랑스어, 한국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판이 나와 있다.

한편 영국 정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영어 사용자는 제2언어로 삼고 있는 사람까지 포함해 5억∼10억 명으로 추정되며,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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