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인이 세운 日건설사 창업 1428년만에 문닫아

  • 입력 2006년 8월 12일 03시 01분


백제인 기술자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세운 세계 최고(最古)의 기업 ‘곤고구미(金剛組)’가 경영난으로 파산해 창업 1428년의 역사에 막을 내렸다.

곤고구미는 오랜 세월 사찰 건축 설계와 시공, 문화재 수리 및 복원 부문에서 명성을 날렸지만 최근 부채가 40억 엔을 넘어서면서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 결국 지난달 13일 오사카 지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고, 지난달 26일 파산 절차가 시작됐다.

오사카(大阪)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창업 시기는 서기 578년. 그해 쇼토쿠(聖德) 태자가 시텐노(四天王)사를 건립하기 위해 장인 3명을 백제에서 초빙했다. 그중 한 명인 금강중광(金剛重光)이 중심이 돼 공사를 돕는 조직을 만든 시기가 이 회사의 창업 연도가 됐다.

중광의 지휘로 시텐노사가 창건된 것은 593년이지만 공사가 속행돼 사찰이 최종 완성된 것은 100여 년 뒤였다고 한다. 일본이 자랑하는 호류(法隆)사도 이들이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곤고구미는 금강중광의 자손들에 의해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면서 일본 각지에서 신사와 불각의 건축을 맡아 일본 최고의 ‘장인(匠人)’들을 보유한 회사로 존속해 왔다.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건설회사이자 기업이라는 명예도 얻었다.

특히 곤고구미는 일본에서 전통과 기술, 신뢰의 상징이었다. 이 회사가 지은 건축물에는 곤고구미의 자존심과 기술이 접목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이는 곳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이 이 회사의 경영방침이었다.

그러나 40대째인 곤고 마사카즈(金剛正和) 전 사장이 사업 영역을 넓히고 버블경제기에 토지 구입 등에 실패하면서 차입금이 늘어나 경영난에 빠지게 됐다.

지난해 말 곤고구미가 도산 위기에 처하자 경제계에서는 “이 정도 역사가 있는 회사를 잃는다면 오사카의 손실”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져 주거래 은행이 구제에 나서기도 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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