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서울에 비해 삶의 질이 높습니다. 월 생활비로 200만∼300만 원을 쓰면서 가사 도우미 2명과 운전사를 두고 있습니다.”
이 부부는 미국과 비교해도 이곳에서의 생활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지인들에게서 예우를 받는 등 뉴욕에 비해 정신적 위축감이 없어서 좋다는 설명이었다.
또 이 씨는 “한국에서는 인도네시아를 화산 폭발과 지진이 잦은 매우 위험한 나라로 생각하지만 실제 지진대에 속하는 지역은 자바 섬 남쪽의 유럽 지각판과 오스트레일리아 지각판이 만나는 곳”이라며 “자바 섬 북쪽 해역은 수백년 동안 지진이 없었던 곳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부인 이 씨는 “가사 도우미가 일용품을 훔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그럴 때는 미리 일용품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 지역에서의 해외 생활은 고용인들만 잘 다루면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조언했다.
자카르타에서 증권회사와 투자금융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김희년(44·하나파이낸스 대표) 씨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방법으로 국채 매입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10년짜리 국채는 연리가 12%이며 세금을 제외하고도 최소한 연 1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단지, 국채 투자는 개인의 경우라도 최소 20억 루피아(약 2억3000만 원)는 되어야 가능하다.
그는 “일부 한국인 고객 가운데 2억∼2억5000만 원을 맡겨 놓고 원금을 보전하는 조건에서 운용 수익만으로 매년 3개월을 인도네시아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한다”면서 “이들의 돈을 국채에 투자해 그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그린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김종권(60) 씨는 “해외 소자본 투자는 개인적인 경험이나 노하우의 축적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험이나 자신감이 있는 일거리를 찾는다면 2억 원가량 투자해 생활비를 조달하면서 은퇴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카르타에서 활발한 컴퓨터 자수나 봉제 신발 관련 산업의 하청 업무도 투자형 은퇴 업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카르타에서 은퇴 생활을 하고 있는 A(61) 씨의 경우는 해외 은퇴 생활의 명암을 그대로 보여 주는 사례다.
“한마디로 기대했던 것보다는 못합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단점들이 나타나더군요. 그렇다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는 2003년 직장에서 퇴직하고 서울에서 2년간 은퇴 생활을 했다. 은퇴 후 소득은 연금 등을 포함해 월 300만 원 정도. 2남 1녀의 자식도 모두 출가를 했기 때문에 그 소득이면 생활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느껴지는 초라함이 싫어서’ 외국 생활을 택했다. 비교적 안정적인 공직에 있었다는 그는 “퇴직 후 각종 경조사비와 품위 유지를 위한 지출이 현직에 있을 때에 비해 적지 않아 늘 생활에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겨울 아내와 함께 자카르타에 옮겨왔다. A 씨 부부는 2005년 봄 이곳에서 한 달간 머물며 현지 적응훈련도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가사 도우미와 운전사 다루기 등이 그를 괴롭혔다. A 씨는 6, 7개월 사이 운전사를 5번이나 바꿨다. 새 차에 달린 멀쩡한 타이어를 빼내 몰래 팔아먹고 헌 타이어를 대신 끼워 넣은 운전사도 있었다. 가사 도우미도 집안의 사소한 가사용품을 훔치거나 빼돌리는 일이 많아 골머리를 앓았다.
그는 “정착 과정에서의 사소한 문제들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미리 경험자에게서 전수받았으면 시행착오가 그만큼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초기 적응이 쉽지는 않지만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좋은 경치와 골프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이곳 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귀국할 생각은 아직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 리조트 사업 김상태 씨
이 회사 김동환 부회장은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의 접경 지역에 있는 바탐 섬과 빈탄 섬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여러 곳을 후보지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일본인과 대만인에게 은퇴비자를 주고 있다. 이들 국가의 은퇴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한국인에겐 은퇴비자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 회사 김문태 상무는 “코린도 그룹이 나서서 인도네시아 정부 측과 은퇴비자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면서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의 김상태(57) 씨는 자카르타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걸리는 서부 자바 주에 은퇴생활형 리조트를 지어 영업하고 있다. 이 지역은 해발 860m이며 나무가 많아 시원하다. 주변에 골프장이 7개나 있다. 그는 2004년 2ha(약 6000평)의 땅을 미화 30만 달러에 법인 명의로 사들여 2층짜리 관리 동 1개와 빌라 11개 동을 세웠다. 총건설비는 60만 달러. 빌라는 방 3, 4개와 거실 및 주방을 갖췄다. 또 관리 동에는 10여 개의 호텔식 객실을 만들었다. 이용료는 빌라 1개 동당 하루 200∼250달러이며 객실은 30∼50달러 선. 김 씨는 빌라 5개 동을 동당 7만 달러에 팔아 현재 6개 동만 직영하고 있다.
이 리조트의 월 매출액은 1만8000달러 선이며 이 가운데 절반이 순수익이다. 이 리조트는 이미 개발이 끝났기 때문에 현재는 땅값만 300만 달러가 넘는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김 씨는 부부가 장기 체류할 경우 한 달 비용은 방값 600달러, 식사비 650달러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사업자가 인도네시아에서 실버타운이나 리조트 사업을 하면 장기적으로 전망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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