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현장’ 관광객 몰린다…전쟁-테러 상흔 인기

  • 입력 2006년 8월 14일 03시 00분


매년 20%의 관광수입이 늘고 있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부루반야 다리. 1992년 한 쌍의 신혼부부가 세르비아군의 총알에 목숨을 잃으면서 보스니아 전쟁의 신호탄을 올린 곳이다.

이곳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미르자 투르야 씨는 “관광 명소는 오랜 역사의 성당도 아니고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시설도 아니다”면서 “절반 이상의 관광객은 가장 먼저 가 보고 싶은 곳으로 이 다리를 꼽는다”고 말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는 고대 명승지도 아니고 화려한 문화유산을 간직한 곳도 아니다. 아직도 피비린내나는 치열한 전쟁의 상흔이 있는 곳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서는 ‘테러 투어’가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다. 여행사들이 앞 다퉈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폭탄테러로 수많은 사람이 숨진 곳을 버스로 순례하는 코스다.

볼리비아에서는 남미의 전설적인 좌파혁명가 체 게바라의 유명세를 이용한 관광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1967년 그가 볼리비아 정부군의 총탄에 숨진 학교는 험한 산중에 있지만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코스다.

1990년대 내전을 겪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는 밀리 콜린스 호텔이 관광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 호텔은 지배인 폴 루사바기나 씨가 1000여 명의 민간인을 인종학살로부터 구해내 유명해진 곳. 지난해 이 이야기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 ‘호텔 르완다’가 개봉되면서 관광객이 더욱 늘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헤브론에 있는 이브라히미 사원은 아랍 관광객들 사이에 ‘성지’로 통한다. 1995년 이곳에서 기도를 하던 팔레스타인인 150여 명이 이스라엘 정착민이 쏜 총에 죽거나 다쳤다.

참혹한 전쟁을 겪은 지역이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는 데는 인터넷과 TV를 통해 전달되는 강렬한 이미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여행 전문가들은 다음에 뜰 전쟁 관광지로 레바논 남부 티레를 꼽고 있다. 이 지역은 1975∼1990년 레바논 내전 당시 가장 피해가 컸을 뿐만 아니라 지난달 시작된 이스라엘 공습으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된 모습이 세계 언론의 카메라에 가장 많이 잡힌 곳이기도 하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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