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 측은 13일 하루만 2만여 명이 다녀갔고, 이날은 오전 11시까지 8000여명이 참배했다고 밝혔다.
"내일은 훨씬 더 올 겁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걸요." 참배전 관리인 사키야마(崎山) 씨는 "고이즈미 총리도 참배하지 않겠느냐"며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매스컴의 주된 관심사도 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참배 여부에 쏠린다. 그러나 9월 퇴임이 예정된 그의 참배가 국내외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별로 없다. 중국도 이미 차기 총리에게 참배를 삼가해 달라고 방향을 선회한 지 오래다.
야스쿠니 경내에서도 일본 제국주의 정신을 상징하는 총본산은 오른쪽 구석에 자리한 전쟁박물관 유슈칸(遊就館)이다.
이곳에서 태평양전쟁은 '대동아전쟁'으로 표기되며 '근대국가성립을 위해, 우리나라의 자존자위를 위해, 나아가 피부색과는 관계없는 자유롭고 평등한 세계를 달성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싸움'(유슈칸 도록)이라고 규정된다.
최근 거액을 들여 새로 단장한 이곳에도 방문객은 끊이지 않는다. 19개에 이르는 전시실은 메이지 유신으로부터 태평양전쟁까지 근대 일본이 경험한 전쟁의 역사를 해설하고 전몰자의 유서와 사진, 피 묻은 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매 시각 영상홀에서 상영되는 5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는 잊지 않는다'의 앞부분. A급 전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에 대한 도쿄재판의 흑백 영상 위에 미국의 점령과 재판을 비판하는 자막이 겹쳐진다. "점령은 일본인의 정신구조까지 파고든 철저한 것으로 일본 국민에게 특정 역사관을 강제했다."
관객들의 분위기는 숙연하기까지 하다. 영상홀은 미처 들어가지 못해 입구에서 화면이라도 보려고 기웃대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호기심에서 유슈칸을 찾았다는 한 한국인관광객은 "본질을 생각하면 섬뜩하지만 정리는 참 잘 돼 있다"고 탄복한다. 일본인이 보면 오죽할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출구 바로 앞 매점에서 기념품을 사던 초등학교 4학년생 유타(10) 군은 "일본인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사실 유족이나 참전자를 제외한 일반 일본인들은 야스쿠니 신사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고이즈미 총리의 잇단 참배로 외교관계가 어그러진 데다 일왕이 A급 전범 합사를 불쾌하게 생각했다는 내용의 궁내청 메모가 공개되면서 야스쿠니 문제는 매스컴의 중심 뉴스가 됐다.
야스쿠니를 둘러싼 최근의 논의는 A급 전범 분리 문제 외에도 전몰자의 추모방식, 헌법의 정교분리원칙과의 관계, 식민지배와 침략을 받은 이웃국가들과의 관계, 역사인식 등이 복잡하게 얽혀들고 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 책임 문제로 귀결된다는 지적도 들린다.
아사히신문은 13일자 사설에서 "전쟁에 대해 쇼와(昭和)천황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는 도쿄재판 출정조차 요구받지 않았다"면서 이는 천황의 권위가 전후 통치에 필요했던 미국의 판단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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