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소도시의 反나치 투쟁…“네오나치에 시내호텔 못넘겨”

  • 입력 2006년 8월 18일 03시 08분


카르스텐 슈베트만 독일 델멘호르스트 시장이 15일 극우파 수중에 도심 호텔을 넘길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사진 출처 도이체벨레
카르스텐 슈베트만 독일 델멘호르스트 시장이 15일 극우파 수중에 도심 호텔을 넘길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사진 출처 도이체벨레
독일 북부의 작은 마을 델멘호르스트 주민들은 요즘 쌈짓돈까지 꺼내 모금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힘을 합쳐 호텔 한 채를 매입하기 위해서다.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슈타트파크’ 호텔을 주민들이 사겠다고 나선 데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이 호텔이 극우파(네오나치)의 수중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주인인 귄터 메르겔 씨는 14개월 째 비어 있는 이 호텔을 함부르크에 사는 변호사 위르겐 리거 씨에게 팔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리거 씨는 나치 출신 전범들을 변호하고 네오나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독일에서는 널리 알려진 극우파 인물. 그는 호텔을 구입해 독일 극우파들의 회합이나 연수 장소로 사용할 계획이다.

조용하던 마을에 극우파의 광풍이 몰아칠 것을 우려한 주민들이 한발 앞서 호텔을 사들이자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걷힌 돈은 73만 유로(약 9억 원). 여기에 시 당국이 200만 유로(약 25억 원)를 보탰다. 그러나 리거 씨에게 340만 유로(약 40억 원)에 호텔을 넘기기로 한 메르겔 씨는 주민들과 시가 제시한 가격을 거부했다.

필사적으로 해법을 찾던 시 측에서 묘안을 내놓았다. 호텔을 재개발구역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시 당국은 서둘러 호텔 일대를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했고 관련법에 따라 호텔 건물을 우선 매입할 수 있는 선매권(先買權)을 갖게 됐다.

그러자 메르겔 씨가 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호텔을 리거 씨가 관리하는 빌헬름 티예티옌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 재단 기부는 시가 확보한 선매권보다 우선권을 갖는다. 이 재단은 무료로 건물을 넘겨받는 대신 재고로 쌓여 있는 호텔의 각종 물품을 340만 유로에 사주기로 약속했다. 결국 애초 가격에 호텔을 사고파는 셈이다.

카르스텐 슈베트만 시장은 “법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는 없다”고 토로했다. 델멘호르스트 주민들은 “끝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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