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아베 장관의 단독 출마 가능성까지 떠오를 정도로 대세가 기울면서 일본 정계의 관심은 일찌감치 ‘아베 정권’을 움직이게 될 실세 측근들에게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아베 인맥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역사 왜곡에 관련된 인물이나 대(對)북한 강경파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는 점이 꼽힌다.
심복 중에서는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자민당 의원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문부과학성 정무관으로 재직하면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편찬한 ‘왜곡 역사교과서’를 적극 후원했으며,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중고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정무관이란 각료의 특정한 정책을 보좌하는 차관급 정무직. 또 역사교과서 검정기준에서 한국과 중국 등 이웃 나라를 배려하도록 규정한 ‘근린제국조항’이 자학적이라고 망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역사 왜곡에 앞장서 온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의 사무국장직도 맡고 있다.
패전기념일인 15일 현직 각료로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한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농림수산상은 아베 장관의 친구다.
그는 1997년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모임’을 주도적으로 결성해 대표를 맡았다. 출범 당시 사무국장은 아베 장관이었다.
아베 장관의 집권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학자그룹에서는 새역모 출신이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새역모 이사를 지낸 나카니시 데루마사(中西輝政) 교토(京都)대 교수와 새역모 회장을 지낸 야기 히데쓰구(八木秀次) 다카사키(高崎)경제대 교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아베 장관이 집권 청사진을 밝힌 저서 ‘아름다운 나라’의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이 나카니시 교수 등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베 장관의 초등학교 시절 2년 동안 가정교사를 맡았던 히라사와 가쓰에이(平澤勝榮) 자민당 의원은 TV에 단골 출연하는 보수논객이다. 그는 중의원의 납치문제특별위원장을 맡아 대북 강경책을 주도했다.
또 핵심 측근은 아니지만 아베 장관의 출마를 촉구하는 노래를 만들어 발표한 적도 있는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의원도 자민당의 대북 제재 시뮬레이션 팀장을 맡고 있는 매파다. 그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의 ‘아베 차차기론(次次期論)’을 잠재우는 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
이 밖에도 아베 장관은 일본이 평화헌법의 틀에서 벗어나 당당한 ‘보통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민당 내 중견 소장파 의원들과 교분이 두텁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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