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도쿄]‘누나아내’ 전성시대

  • 입력 2006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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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 아내를 얻으면 곳간이 선다.’

‘연상 아내는 (닳지 않는) 쇠짚신을 신고서라도 찾아라.’

요즘 일본에서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는 속담들이다.

프로야구계와 연예계에서 ‘누나 아내(姉さん女房)’는 흔해진 지 오래다.

미국 프로야구(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鈴木一朗·33)는 1999년 8세 연상의 아나운서와 결혼했고, ‘가면라이더 555’에 출연한 탤런트 하라다 아쓰시(原田篤·28)는 2003년 15세나 많은 여배우 아키모토 나오미(秋本奈緖美)와 가정을 꾸렸다.

최근에는 일반인 사이에서도 ‘누나 아내’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TV에서도 ‘성공한 30대 여성 사업가와 20대 초반 남자 대학생’ 같은 커플의 연애담을 다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아내가 연상인 커플이 전체 신혼부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3.1%. 4쌍에 1쌍꼴이다. 같은 해 한국의 연상 아내 커플 비율 11.7%보다 2배 이상 높다. 도쿄신문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20, 30대의 성역할에 대한 의식과 고용 구조의 변화로 설명했다.

30대만 하더라도 학교에서 남녀평등 교육을 받아 ‘연상 남편-연하 아내’라는 공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

더구나 불황의 영향으로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안정적인 소득원을 갖고 있는 연상 여성은 배우자로서 매력이 크게 높아졌다.

‘일하는 여성’ 쪽에서 보면 연하 남편이 연상 남편에 비해 신경을 덜 써도 되고 가사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장점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상 아내-연하 남편 커플에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7세 연하의 남편을 둔 한 여성(37)은 결혼정보회사인 오넷(O-Net)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독신 때처럼 놀 생각만 해 ‘큰 어린애’와 사는 기분”이라며 “부부 관계가 아니라 모자 관계”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반면 남편 쪽은 “결혼한 지 2, 3년이 지나면서 아내가 ‘여자’로 보이지 않게 돼 섹스리스(sexless)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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