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라리자니 이란 핵협상 대표는 22일 유엔이 우라늄 농축 중단을 전제로 제시한 포괄적 인센티브에 대한 답변을 유엔 상임이사국에 전달했다. 이날은 이란이 자체적으로 정한 답변 시한이었다.
라리자니 대표는 답변을 전달한 뒤 “이란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이란의 답변 작성에 참여한 익명의 관리는 “답변에는 서방에 응답을 촉구하는 질문들이 담겨 있다”고 말해 이란 정부가 즉각적인 타결에 앞서 새로운 단계의 협상을 원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21일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사진)는 “핵 기술을 포기하지 않고 힘 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고수했다. 그는 국영 TV를 통해 보도된 한 강연에서 “미국과 오만한 권력들은 이란이 핵개발을 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며 국제사회를 비난했다.
AP통신은 이날 익명의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란이 자국의 나탄즈 지방 지하 핵시설에 대한 유엔의 사찰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외교관과 관리들은 이란의 강경한 태도가 유엔의 제재 결의에 대한 최종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31일까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란은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2명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했고, 비자 발급을 해 준 다른 관계자들의 경우에도 평소와 달리 단수 입국 비자만 내줬다.
이대로라면 유엔은 이란이 시한을 넘긴 직후 결의문에 따라 제재를 가하게 된다. 미사일 및 핵 관련 기술의 판매 금지, 이란 핵 개발에 관련된 인사들에 대한 비자 발급 금지 및 자산 동결, 대이란 투자 금지 등 경제 제재가 취해진다.
이란이 석유 무기화 등으로 이에 맞설 경우 중동 정세는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21일 국제유가는 크게 올랐다.
다만 실제 제재를 가하기 위해 거쳐야 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표결에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시간을 끌 가능성은 있다. 이란이 이미 27년째 미국의 제재를 받아오고 있어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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