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27일자에서 소개한 터키 중부지방 카이세리의 모습이다.
“유럽인들은 담배를 피우느라 15분은 쉽게 허비하는데 우리는 15분을 쉬며 일이 잘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죠.” 한 직장인은 “회사 내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빙긋 웃음을 지었다.
카이세리와 하실라를 중심으로 한 터키 중부지방은 이슬람 전통이 강한 보수적인 지역. 이 지역이 최근 산업지대로 부상하며 ‘강한 이슬람 전통 속에서 자본주의식 개혁은 힘들다’는 유럽인의 편견을 깨뜨리고 있다.
전통적인 카펫 제조 공장은 섬유 회사로 대체됐고 양치기 농장에는 가구 공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특히 섬유 회사들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패션 업체에 납품하는 고급 원단 생산기지로 이름이 높다. 2004년에는 카이세리에서 같은 날에만 139개의 새로운 사업이 시작돼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급속한 산업화로 이 지역은 ‘아나톨리아 호랑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아나톨리아란 바위산에 둘러싸인 고원지대로 옛 소아시아 지역을 가리키는 말. 터키가 유럽연합(EU)에 쉽사리 가입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슬람교’ ‘농업국가’ 같은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다. ‘아나톨리아 호랑이’는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편견임을 입증하는 사례로 터키가 내세우는 지역이다.
사회학자들도 이슬람의 종교적 전통과 열심히 일하는 자본주의적 가치, 서구식 세계화가 혼재하고 있는 이 지역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이슬람 칼뱅주의’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다. 칼뱅의 엄격한 노동윤리가 서구 자본주의를 재촉했듯이 이 지역에서는 이슬람이 산업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아메트 헤르뎀 하실라 시장은 “이슬람 역시 근면한 노동윤리를 강조한다”고 주장했다. 마호메트도 ‘인생의 90%는 식탁에 올릴 음식을 위해 일하는 데 바치라’고 가르쳤다는 것. 가구 회사 중역인 사페트 아슬란 씨는 “30년 전만 해도 이곳 무슬림들은 돈에 집착하는 것을 금기시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이 서방 세계를 모델로 삼고 비즈니스를 최우선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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