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서 울려퍼진 장애인 함성

  • 입력 2006년 8월 29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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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오후8시반 뉴욕 유엔본부 제2 회의장.

평소 같으면 썰렁했을 방청석은 이날 전 세계에서 온 '특별한 방청객' 500여명으로 가득 찼다. 휠체어에 앉은 하반신 마비장애인, 안내견과 함께 유엔본부를 찾은 시각장애인….

국제사회가 사상 처음으로 '장애인권리협약안'을 채택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8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와 협상 끝에 유엔 특별위원회가 장애인의 권리보호 및 증진을 위한 장애인권리협약안에 최종 합의하자 방청석에서는 "와"하는 함성이 터졌다.

인종, 국적에 상관없이 이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축하합니다'를 외쳤다. 일부 방청객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유엔에서 4년에 걸친 논의 끝에 이날 채택된 장애인권리협약안은 유엔이 8번째로 채택한 인권협약. 이 협약안은 △장애여성 및 장애아동 보호 △장애인에게 동등한 법적 능력 부여 및 평등권의 보장 △장애인에 대한 비인도적인 처우 금지 등 인권보호 및 신장 △장애인의 자립생활 보장을 위한 이동권 보장 △국제 모니터링 관련 개인청원 및 심사절차에 대한 선택의정서 채택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국대표단은 이번 장애인권리협약안 협상과정에서 여성장애인 조항 등을 채택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여성장애인 조항은 '한국 조항'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장애인권리협약안이 9월에 열리는 제61차 유엔 총회에 상정돼 통과되면 회원국들은 각국 입법기관 등에서 정식 비준절차를 밟게 된다. 유엔은 이후에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각국이 장애인 권리협약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모니터 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10%인 6억 5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특별위를 이끈 돈 맥케이 뉴질랜드 대사는 협약안 채택 직후 "오늘은 유엔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위대한 날"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 참가했던 장애인과 대표단 250명은 유엔 본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유엔주재 한국대표부로 자리를 옮겨 밤늦게까지 장애인 권리협약안 채택 축하파티를 열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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