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맨해튼의 부유층을 중심으로 고액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에는 시간당 300∼500달러짜리 과외를 받는 10대가 크게 늘었다. 하버드나 프린스턴 같은 명문대에 입학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외수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에세이 작문부터 프랑스어, 수학, 미술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과외수업이 진행된다. 예전 같으면 11학년(고교 2년에 해당)부터 준비하던 대학수학능력시험(SAT) 공부를 6, 7학년 때부터 하는 학생들도 생겼다. 과외학원에는 다섯 살배기 자녀에게 읽기, 쓰기를 가르쳐 달라는 학부모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뉴욕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과외교사로 통하는 애런 앨러개펀 씨는 50분짜리 강의에 무려 685달러(약 65만 원)를 받는다. 그런데도 2년 후까지 수강 신청이 밀려 있다.
과외 붐을 불러온 가장 큰 이유는 베이비 붐 세대가 자녀를 낳기 시작하면서 뉴욕의 학생 수가 늘어났기 때문. 맨해튼의 10∼19세 청소년 수는 2000∼2004년에 18.7% 증가했다. 요즘 사립학교들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분석’처럼 혼자 하기에는 버거운 숙제들을 내주는 것도 과외 붐을 몰고 온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월가(街)의 금융기관들이 기록적인 실적과 함께 지급하는 후한 보너스가 과외비 상승을 부추긴다는 경제적인 관점을 강조한 분석도 있다.
‘짭짤한’ 수입은 명문 아이비리그 출신 교사들의 과외업계 진출로 이어진다. 시간당 225달러를 받고 12세 학생들에게 작문을 가르치는 앨리슨 베어(32) 씨는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출신. 하버드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레이철 매지드 씨는 맥킨지사의 컨설턴트 직을 버리고 2005년 과외학원을 차렸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부자에 유리” SAT 무용론▼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성적을 입학 지원 시 의무사항으로 요구하지 않는 대학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가장 큰 이유는 SAT 본연의 의미가 상실됐다는 것.
과거에는 명문 사립고교를 나오지 않아도 유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로까지 생각됐던 SAT가 이제는 오히려 잠재력 있는 외국인 학생과 저소득층에 걸림돌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SAT는 그동안 ‘백인 중상류층에 유리한 용어와 방식의 시험’이라는 지적과 함께 비싼 학원비를 내고 시험 노하우를 배우는 부유층 학생들이 고득점자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비판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상위 100위 안에 드는 유수의 인문계 중심 대학 중에는 아예 입학 조건에서 SAT 성적 제출 자체를 폐지하거나 원서 제출 시 ‘선택 사항’으로만 권고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텍사스 주에서는 주 내 고교 내신성적이 상위 10%에 들 경우 텍사스대나 텍사스 A&M대 입학을 자동 허가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SAT 성적 제출을 선택 사항으로 규정해 온 메인 주의 베이츠 칼리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SAT 성적 없이 입학허가를 받았던 학생들의 졸업률은 시험 성적을 제출했던 학생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즉 SAT 성적과 학업 성취도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대다수의 대학은 아직 SAT 성적을 입학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내신성적이나 논술, 학업 외 활동만으로 응시자를 평가하는 것은 대학 내에서의 학업 성취도와 상관관계가 적어 오히려 더 ‘주관적인’ 입시 전형방법이라는 것이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