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내에서 교통사고가 한 건 일어났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이 직접 차를 몰다 사고를 냈다. 게다가 옆자리 여자는 부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풍자 매체 한 곳만 이를 보도했다. 일반인들의 반응도 무덤덤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직전 “혼외정사로 낳은 딸이 있다”고 고백했을 때도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그런 일이 있었군’ 정도의 미지근한 관심만 보였다.
다른 나라 같으면 전국이 발칵 뒤집어질 뉴스였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정치인의 허리 아래 문제는 얘기하지 않는다’는 오랜 전통 때문에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다. 언론 역시 정치인의 사생활 보도를 금기시해 왔다. 특히 정치인의 혼외정사는 철저히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였다.
이런 금기를 깬 책이 최근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언론인 크리스토프 뒤부아 씨와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씨가 공동으로 쓴 ‘섹수스 폴리티쿠스(정치인의 섹스)’. 주요 정치지도자의 여성 편력을 정면으로 다뤘다.
저자들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남성 정치인은 누구 할 것 없이 여자들 꽁무니를 따라다녔다”고 말했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운전사 같은 주변 사람들의 여자를 함께 사귀는 일이 잦았다. 이 중 한 여성은 시라크 대통령과 정을 통하던 여자였다.
시라크 대통령은 ‘카사노바’로 묘사됐다. 그는 애인을 만나기 위해 종종 밤늦게 엘리제궁을 몰래 빠져나갔다.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파리에서 사망했을 때 부인 베르나데트 여사가 대통령의 운전사에게 “남편이 지금 어디 있나요”라고 전화로 물어봤을 정도다. 시라크 대통령은 파리시장 시절에는 시청 여직원들 사이에 ‘샤워 포함 3분’이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뒤부아 씨는 “미테랑과 시라크 사이에는 누가 더 많은 애인을 갖느냐는 일종의 경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드레퓌스 사건’ 당시 대통령이었던 펠릭스 포르가 애인과 혼외정사를 나누다 사망했다는 얘기도 책에 소개됐다. 전직 장관이 스와핑 클럽에서 목격된 사실, 정치인에게서 버림받은 정부가 자살을 시도한 사건 등도 기록됐다.
저자들은 “프랑스 정치인들은 권력을 차지하는 것과 여성을 차지하는 것을 같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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