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끝나지 않은 인종갈등 비극

  • 입력 2006년 9월 6일 02시 59분


10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베슬란 인질 사태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러시아에서 인종 간 갈등이 폭력 사태로 치닫고 있다.

3일은 2년 전 체첸 반군이 주도한 베슬란 사태가 비극적인 유혈 진압으로 막을 내린 날. 사건이 일어난 러시아 남부 북(北)오세티야 공화국 베슬란 제1공립학교에서는 이날 오전 186명의 어린이 희생자를 추도하기 위한 조종이 울렸다.

희생자에 대한 묵념이 진행되던 바로 그 시간, 서북부 카렐리야 공화국 콘도포가 시에서는 캅카스 지방에서 이주한 체첸인과 러시아인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폭력 시위로 번졌다.

2000여 명의 극우파 러시아 청년과 주민은 캅카스 출신 상인들이 운영하던 식당과 가게에 불을 지르고 “불법 이주자를 몰아내자”며 시위를 벌였다. 시내에 남아 있던 경찰력은 무차별 테러와 방화, 불법 거리 점거를 막지 못해 다른 지역 경찰의 힘을 빌려야 했다.

이날 폭력 시위는 지난달 30일 캅카스 출신 상인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러시아 청년 2명이 종업원과 시비가 붙어 서로 다투다가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 발단이 됐다.

시위대는 다른 체첸 상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과 옷가게 가판대에도 불을 질렀다. 캅카스 지방에서 이주한 주민 수백 명은 이 사태로 콘도포가 지역을 떠나 몸을 숨겼다고 러시아 일간지가 보도했다.

인종 갈등에 따른 폭력 사태는 최근 모스크바 시내에서도 일어났다. 지난달 21일 러시아 대학생 3명이 모스크바 동북쪽 체르키좁스카야 시장에서 사제 폭발물을 터뜨렸다. 아시아 출신 상인과 어린이 등 10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쳤다. 뒤늦게 경찰에 붙잡힌 대학생들은 “유색 인종이 몰려드는 시장을 테러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러시아 내부의 이 같은 인종 분쟁은 공권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주로 러시아 북부와 시베리아 지역에서 활동하던 폭력조직 스킨헤드는 사회주의 붕괴 이후 오히려 세력을 확대해 모스크바 시내에서도 외국인에 대한 무차별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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