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최빈국에 속하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유럽연합(EU) 가입이 내년 1월로 다가오면서 서유럽권에서는 2004년 폴란드 등 10개국이 EU에 가입했을 때와 비슷한 대규모 이민 물결이 우려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내년 EU 가입을 조건부로 허용할 계획이다. 두 나라는 정치경제적 개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2년 전 10개국이 대거 EU에 가입한 ‘EU 빅뱅’에 합류하지 못했다.
루마니아 정부는 내년 1월 이후 35만∼50만 명이 새로 고국을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은 루마니아인이 선호하는 나라 중 하나다. 영국은 노동 이민을 규제하지 않는다. 2004년 이후 동유럽권에서 50만 명이 영국으로 이주했다. 이 중 26만 명이 폴란드인이었다. 폴란드인이 일으켰던 커다란 이주의 물결을 이번에는 루마니아가 이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루마니아 이민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국에서는 내년 EU 확장을 앞두고 노동 이민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루마니아가 EU에 가입하면 EU 내 이동의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에 규제도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긴장하고 있다. 두 나라는 올해 노동 이민 규제를 철폐했다. 레오나르드 오르만 루마니아 유럽통합부 장관은 “루마니아인은 영국보다 스페인 이탈리아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영국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이 나라들은 루마니아와 마찬가지로 라틴계 언어를 쓰고 문화도 비슷하기 때문에 이민자들이 적응하기가 훨씬 쉽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