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엄마들 육아-일 두토끼 다 잡는다

  • 입력 2006년 9월 7일 03시 01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 베키 벨케(39) 씨는 일주일에 3일만 출근한다. 세 자녀가 모두 5세 이하로 어리기 때문이다.

벨케 씨의 동료들은 늘 야근과 주말 근무에 파묻혀 산다. 벨케 씨는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파트너 변호사가 되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아무런 문제없다’가 답이다.

그동안 ‘엄마 직장인’들은 고위직을 향한 경쟁에서 스스로 물러나거나 예측 가능한 근무 시간, 덜 책임지는 낮은 직책에 만족하는 형태의 ‘마미 트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 기업들이 ‘제2세대 마미 트랙’을 닦아 나가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직장 여성들이 육아와 일을 양립할 수 있도록 ‘차별 없는’ 편의를 제공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특히 과거에는 여직원의 임신을 꺼려 온 법조, 의료, 회계 및 재정과 같은 업무량이 많은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어떤 불이익도 없이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선택하거나 육아휴직을 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경영진은 왜 생각을 바꾸었을까.

그 이유는 법학 및 의학 대학원 졸업자의 절반가량이 여성이며, 비즈니스와 공학 분야의 학위를 취득하는 여성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또 취업 여성 비율이 1980, 90년대 서서히 늘어난 뒤 몇 년간 거의 변함없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점도 요인이다.

‘경제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2004년 성인 여성의 75%가 취업했다. ‘일-생활정책센터’의 자료는 일과 가사, 육아의 압박에 시달리는 전문직 여성의 3분의 1이 2년 이상 일터를 떠나는 실정을 보여 준다.

기업들이 유능한 직장 여성을 잡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회계법인 ‘에른스트 앤드 영’은 여성의 고용 안정을 위해 특히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회사는 6월 자녀가 있는 여직원들이 분기별로 모여 조언을 나누는 ‘워킹 맘스 네트워크(Working Moms Network)’를 결성했다. 회계법인 ‘딜로이트 앤드 투시’는 육아 등을 위해 5년까지 휴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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