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서울평화상 유누스 박사 “소액대출이 빈민탈출 사다리”

  • 입력 2006년 9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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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민은행에서 대출받은 종자돈으로 가금류를 키우고 있는 여성 회원의 집을 방문한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왼쪽). 사진 제공 서울평화상문화재단
그라민은행에서 대출받은 종자돈으로 가금류를 키우고 있는 여성 회원의 집을 방문한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왼쪽). 사진 제공 서울평화상문화재단
방글라데시의 빈곤퇴치 운동가 무하마드 유누스(66) 박사가 제8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이사장 이철승)은 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무담보 소액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 운동을 이끌며 빈민에게 자활의 길을 열어 준 유누스 박사를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940년 방글라데시의 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앞선 학문을 활용해 조국의 가난을 해결하겠다”며 1972년 귀국해 치타공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듬해 제도권 금융기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시골 마을 주민 42명에게 무담보로 소액의 돈을 빌려 주기 시작한 유누스 박사는 1976년 그라민(마을이라는 뜻)은행을 설립해 본격적인 소액대출 운동에 나섰다. 자선보다는 자활의 기반을 마련해 줘야 빈곤을 퇴치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대출을 받은 600만 명 가운데 58%가 일자리를 찾으며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다.

이 제도는 현재 한국 아프가니스탄 카메룬 등 세계 37개국, 9200만 명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유엔은 2005년을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해’로 정하기도 했다.

수상 소식을 들은 유누스 박사는 “나와 그라민은행의 노력이 서울평화상 심사위원회에서 인정받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하고 인류 화합과 세계 평화 정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제정된 서울평화상은 격년제로 수여된다. 서울평화상은 1990년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 이어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 국경없는 의사회,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오가타 사다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고등판무관, 구호단체 옥스팜,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 등이 수상했다.

시상식은 10월 19일에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장, 상금 20만 달러(약 1억9000만 원)가 주어진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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